지난 호에 좌선(坐禪)하고 있는 구지선사를 실제(實際) 비구니가 세 번 돌고서 선(禪)을 닦 아서 깨달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한 마디 말하라고 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우리 나라 선가 (禪家)에도 그와 흡사한 예가 있다.

수년 전에 열반하신 어느 큰스님이 한 소식(消息)했다고 제방(諸方)에 명성(名聲)이 자자할 때였다.

소식이란 말은 요즘 우리가 흔히 쓰기로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나 변화, 안부나 기별 따위 의 뜻으로 쓴다. 이것은 본디 불교용어로서, '사는 모습'을 뜻하던 것이 변한 것이다. '사는 모습'을 뜻하는 이 말은 또 선원청규(禪苑淸規)에 의하면 서가에서는 자기의 소견이랄지 의 심하는 바를 말로 나타내는 것을 뜻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선가에서는 '한소식'이라고 하면 곧 깨달음, 또는 깨달은 것, 깨달은 내용 따위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스님이 한소식했다고 하면 제방의 납자(衲子,스님을 이 르는 말)와 수좌(首座)들이 찾아가 그 스님의 깨달은 경지를 알고자 하였고 혹은 시험하고 자 하였으며 혹은 한 소식을 한 그 스님의 지도를 받고자 하였다.

특히 시험하고자 한 납자나 수좌들 중에는 지금도 "그 때, 내가 그 스님을 혼쭐을 내주었 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이가 있다. 어떤 이는 그 한 소식을 한 스님의 등에 올라타고 앉아 서 발을 구르고 볼기를 때리면서 마치 소를 몰 듯이 몰아 심우도(尋牛圖)를 재현했다 자랑 한다. 또 어떤 이는 씨름을 하듯이 밧다리로 매어꽂았다 하고, 어떤 이는 한 마디 할(喝)로 써 입을 봉해버렸다고도 한다.

그런데 한 비구니는 찾아가 법을 묻고자하니 법상(法床)에 오르시라하고 법상에 올라 앉은 스님의 주위를 알몸으로 세 번 돌고서 그 앞에 버티고 서서 "어떤가. 깨달은 경지가 있으면 한 마디 이르시오."하였다고 한다. 이 비구니는 그 당시 이미 대교과정(大敎課程)을 마친 지 오래고 대단히 촉망받던 비구니였다. 그 때, 그 한 소식을 한 스님이 무어라고 대답을 했는 지 말하는 이마다 다르므로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 때, 그 자리에는 두 사람만이 있었다 하기도 하고, 또는 한 소식을 한 선지식 스님이 법 상에 올라 대중에게 법문을 할 때였다고 하기도 하고, 혹은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목 격자에게서 직접 들었노라 하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해서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이 또 말 을 낳아서 풍문이 무성할 뿐, 그 때 그 선지식이 무어라 응답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