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3박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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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3박 4일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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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목소리, 나의 믿음 나의 다짐

한 달 후면 불교방송에 입사한 지 꼭 7년이 된다. 생각하면 참으로 긴 시간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주와 다음 주 방송 준비를 하다가 문득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니 '신기하고 묘한 인연으로 이 곳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나의 대학시절은 우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80년 대학 3 학년 시적, 그 해 늦 여름에 군에 입대해서 전방 105mm 포병부대에 배치 되었다. 주홍글씨 의 주인공처럼 나에겐 비밀스런 꼬리표가 달려 있었고, 그 표시는 나의 생활을 유리상자 속 의 동물처럼 투명하게 비추었다.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너무도 커다란 사회적 변동과 충격으로 마음 한 구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암담하고 뾰족한 해결책 도 없는 무기력감과 패배주의 적인 상태,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군대생활을 마치고 난 나 의 모습은 아무런 희망도 계획도 없는 그저 암울한 대학중퇴자였다.

그래서 친구도 피하고 대낮에도 어두운 방 안에 처박혀 혼자 있었다. 자연 나의 몰골은 날 카롭게 되어 갔고, 아는 사람 만나는 것도 괴로운 일이 되어 피하기 일쑤였다. 집안 사정도 넉넉치 못했던 터라 무슨 일이든 해 보려고 타자학원과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다가 취소한 적도 있다.

'84년 봄에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서울농대 축산학과 3학년 1학기를 다니 게 된 것이다. 그때는 열심히 공부해 보자고 생각하여 축산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초지학(草地學;목초를 심고 키우는 학문)을 전공할 생각이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위 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는 초원의 사나이가 되려는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지만 대학원에 진학을 하려면 전공과목과 영어 실력이 좋아야했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그 해 여름에 조그마한 사건이 생겼다. 내 고향이 충남 천안시인데, 도심 속의 포교 당인 제화사 불교회관에서 비구니 스님께서 지역포교를 시작하기 위해 처음 '어린이 여름불 교학교'를 3박 4일 동안 마련하신 것이었다. 마침 그때 나는 고향집에 내려가 있었는데, 그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통해 스님께서 나에게 지도교사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신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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