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샘, 혼자 있을 때
이제 동네가 좀 조용해졌다. 동네 뒷 장불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끼고 펼쳐진 조그 마한 해수욕장에 여름 내내 도시에서 온 피서객들이 북새통을 떨어대더니 처서 지나 가을 바람이 부는가 싶자 썰물이 빠지듯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변산반도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이 조그마한 어촌은 적어도 내년 여름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옛날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멸치떼가 밀려오면 멸치를 잡고 겨울 얼음처럼 찬 바닷물을 타고 숭어떼가 찾아오면 숭어 그물을 던질 터이다.
정월의 설, 보름명절 다 지나고 그믐 무렵 잡히는 주먹만한 낙지 쭈꾸미는 또 얼마나 맛이 있던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예전같지 않아서 바다에 그물질을 나가도 혼자요 그 그물질로 잡은 생선 안주에 술을 먹을 때도 함께 먹을 친구가 없다.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서해안 개발 바람은 버스도 몇 번 들어오지 않는 이 오지 어촌마을 에도 아스팔트 신작로를 깔리게 하고, 이름도 낯설은 콘도를 세우고, 미끔한 자가용을 타고 온 도시 사람들은 콘도에 투숙하고, 해수욕을 즐기다 수영복 차림으로 쌍쌍이 팔짱을 끼고 동네를 휘젖고 다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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