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둘 때 일요일, 미영순 박사와 봉은사 청년회 법우들이 양평에 있는 창인원에 가는 날이다.
약속은 아침 7시에 모여 준비를 하고 늦어도 8시에는 떠날 참이었는데 빌려 놓은 봉고차도 말썽을 부리고 온다고 한 법우들까지 한발 늦게 오는 통에 이쪽저쪽 뛰어다니며 연락하고 준비하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강승식 씨(봉은사 청년회 봉사부장, 29세)의 모습이 예삿일 같 지 않다. 미영순 박사를 포함 9명의 봉사부원들이 어렵사리 구한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출발한 시각은 여름이 막바지 기승인 말복, 오전 8시 20분.
소낙비라도 한번 지나가 주면 후덥지근한 날씨도 한풀 꺾이련만, 양평으로 향하는 물맑은 강가에는 알록달록한 텐트며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나마 시원스레 눈 속으로 헤엄쳐 들어오고 있었다.
여름 막바지 피서 인파가 한창이어서인지 아니면 최근 개발 몸살을 앓아 이곳의 교통사정이 나빠져서인지 두 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창인원에서는 어느새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교자원봉사연합회에 봉사요청을 해온 창인원은 뇌성마비 아동 등 장애인을 위한 기독교 관련 요양시설로 수원의 자제정사에 이어 청년회가 올해부터 청소와 식사보조, 설거지 등의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곳이다.
아이들과 선생님, 다 큰 원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실랑이로 북적대는 점심시간, 조리실 한켠 미영순 박사는 능숙한 살림꾼처럼 쭈구리고 앉아 또다른 봉사자와 함께 오늘 저녁쯤이나 먹 을 싱싱한 갈치며 물좋은 오징어 등속을 다듬고 있었다.
이 장면만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그저 평범한 자원봉사 아줌마 전도로 생각할 터이지만 그 자신 망막염으로 인한 실명(失明) 6개월로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측 정 불가능한 시력장애를 가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현재 중국문화대학 정치학박사로 세종연구소, 북방연 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국 흑룡강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한 몇 안 되는 북방문제 전문가의 직 함을 갖고 있다.
"남들은 눈 때문에 어려운 일도 많고 답답한 일도 많겠다고 보지만 좀 속도가 늦다뿐이지만 세상이 좁다하고 다 다니지요. 낮에는 대충 안 부딪치고 다닐 만큼 다니는데 밤에는 전혀 안 보여요. 좀 뻔뻔한지는 모르지만 정 안 되면 지나 다니는 사람들에게 붙들어 달라고 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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