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聖山)’의 세계유산적 특성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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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聖山)’의 세계유산적 특성과 가치
  • 최호승
  • 승인 2020.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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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오대산 포럼 | “구도·수행 등 테마로 한 순례길 세계유산 ‘성산(聖山)’ 가능성 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세상을 가늠하는 담론의 장이 열렸다. 월정사가 10월 6일 좌담회를 시작으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개최했던 ‘2020 오대산 문화포럼’이다. 
매년 열리던 축전 형식을 벗어나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한 ‘포럼’이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월정사가 오대산 일원을 세계적인 명상 메카로 만들겠다는 원력의 일환이었다. 이 원력의 한 조각 중 세계유산 등재가 있다. 한국불교학회에서 지난해와 지난 8월 두 차례 세미나를 가졌고, 이번 오대산 포럼에도 10월 9일 세미나가 마련됐다. 오대산 일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세 번째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 세계유산 전문가의 ‘족집게 과외’

세미나 주제는 ‘성산(聖山) 오대산의 세계유산적 특성과 가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공식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하 이코모스) 종교제의유산위원장, 이코모스 코리아 부위원장,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보존관리하는 백제세계유산센

터장 등 세계유산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발제는 세계유산을 준비하는 월정사에게는 ‘족집게 과외’와 같았다. 비대면 온라인 세미나로 열려 패널들과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의미한 내용은 월정사TV, 불광미디어, BBS불교방송, 불교신문 등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이혜은 이코모스 종교제의유산위원장은 ‘성산(聖山) 오대산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세계유산의 개념과 정의부터 역사, 유형, 등재요건까지 설명했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등 3가지다. 문화유산은 인류의 손이 닿은 기념물, 건조물군, 유적지, 문화경관이며 자연유산은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생물학적·지질적 생성물이나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지 등이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등재기준을 각각 1개 이상씩 갖춰야 등재 가능한 세계유산이다. 이 위원장은 오대산의 세계유산 추진 전략부터 수립할 것을 당부했다. 

“어떤 내용으로 어떤 구성요소를 포함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관련 자료를 수집해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비교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확인하고 등재기준을 선택해야 하죠. 등재 가능성 있는 유산을 잠정목록에 올리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과거와 달리 보존과 관리 부분을 포함해야 합니다.” 

 

| 비교 연구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 입증

특히 이 위원장은 비교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유산(문화·자연·복합) 유형에 따른 구체적 등재기준과 어떤 점이 부합하는지 판단하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어서다. 비슷한 유형의 국내외 유산과 비교하면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먼저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고 했다. 성산으로서 월정사와 상원사 그리고 주변 경관을 포함하거나, 수행의 증거(사진, 그림 등)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대산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알린다는 생각으로 논문이 아닌 스토리텔링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점도 조언했다. 

그러면서 성산과 길로 방향을 잡았을 경우 비교 가능한 세계유산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의 타이산, 천지지중의 당평역사기념물, 일본의 기이산지 영지와 참배길, 몽골의 위대한 부르한 할둔 산과 인근의 신성한 경관, 스페인의 그란 카나리아 문화경관의 리스코 카이도와 성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팔레스타인의 예수 탄생지-예수 탄생 교회와 순례길 등이다. 

긴 발표 끝에 이 위원장은 명심해야 할 이야기를 남겼다. 세계유산 등재가 그 유산의 가치를 증명하는 척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다고 해서 유산의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단지 세계유산의 등재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일 뿐입니다.”

 

| 선재의 옛길과 천년숲길 강점

그렇다면 오대산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중 어떤 부분에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등 세계유산 등재 경험이 있는 이동주 백제세계유산센터장이 나섰다. 이 센터장은 전란 이후 복원된 월정사와 비교적 최근 중창한 상원사 등 세계유산에서 인정하는 진정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보다 길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문화유산 쪽으로 오대산의 세계유산 가능성을 진단했다. 

문화유산의 범주 중 문화경관 조건은 대부분 종교적인 부분과 자연이 연관된다. 눈여겨볼 조건 첫 번째는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으로, 자연환경과 연계 혹은 반응한 결과 발생한 현재의 형태나 사회·경제·행정·종교적 필요성의 결과로 빚어진 문화경관이다. 두 번째는 ‘연계된 문화경관’으로, 자연적 요소의 강력한 종교적·예술적 또는 문화적 연계로 생긴 문화경관이다. 이 센터장은 순례길을 강조했다. 

“오대산에는 순례길이 있습니다. 선재길입니다. 한국에는 문화경관으로 명명하는 문화유산이 없습니다. 현대인들의 기호를 감안했을 때 순례길의 파급효과는 세계유산 등재 당위성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세계유산으로서 오대산의 문화유산은 많지만 사찰 하나의 건조물군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죠. ‘연계된 문화경관’으로서 순례길 내지는 구도자의 길 등 여러 길과 연결된 부도군, 암자군, 사찰군과 문화재 그리고 그 안에서 행해졌던 역사와 출가자의 수행 정신을 스토리텔링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이 센터장은 심층적인 기초 학술조사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1단계로 자연지리와 역사를 비교 연구하고 등재 추진 전략을 세운 뒤, 2단계인 법과 제도적 보호 체계 및 보존 관리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내외 학술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유산 등재 추진 전담조직과 신도회와 주민들, 서포터즈 등 지역민 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월정사 부도전

 

| 지속가능한 세계유산 활용이란?

“유산(지역) 및 관광 편의시설 현황 파악부터 해야 합니다. 화장실이 중요하죠. 오대산을 찾는 방문객 현황과 향후 예상할 수 있는 방문객 증가 숫자, 이에 따른 훼손을 줄이는 보존관리 계획이 서야 합니다. 특히 지역공동체 참여를 통한 유산 활용이 중요합니다. 중국 여강고성의 경우 주민이 주체가 되어 수익금 10%를 마을보존 기금으로 씁니다.” 

‘세계유산의 활용과 오대산’을 발표한 한숙영 이코모스 코리아 부위원장은 세계유산으로서 오대산을 활용할 경우 준비할 것들을 설명했다. 한 부위원장은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으로서 활용할 오대산의 구성 요소를 열거했다. 월정사, 상원사, 중대사자암(자연훼손을 최소화한 계단식 수호암자), 적멸보궁 등 문화유산과 주봉 비로봉을 병풍처럼 둘러싼 오대산, 소금강 지구, 연화담, 식당암 계곡, 구룡폭포, 전나무숲길, 할아버지 전나무 등 자연유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향후 오대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가치를 설명하며 발제를 마쳤다. 

“지속가능한 세계유산 활용은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합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여행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며, 여행지에 사는 사람의 문화를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족집게 과외’ 발제 후에는 오대산와 불교를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한 성과들이 발표됐다. 장미란 동국대 교수가 ‘오만진신신앙의 밀교적인 함의’를, 곽뢰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이 ‘중국과 한국의 오대산 비교’,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장 자현 스님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는 앞서 세계유산 전문가들 발제에서 언급됐던 신앙적이고 종교적인 측면, 비슷한 유산군과의 비교, 월정사와 상원사의 진정성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였다. 

오대산과 월정사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서두에 꺼냈던 인사말이 그랬다. 

“성산 오대산의 세계유산적 특성과 가치를 한 번 정리하고 조명하고자 했다. 앞으로 오대산 일원을 복합유산으로서 세계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기초)정리를 해나가는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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