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산족(혼자 산행하는 사람)’을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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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산족(혼자 산행하는 사람)’을 위한 지침서
  • 이영준
  • 승인 2020.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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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행

 

| 실내운동 피해 산을 택한 사람들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계속되며 사회적 거리 두기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그런데 산에 가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집계에 따르면 북한산국립공원의 경우 상반기 등산객 숫자가 예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실내 활동에 제한이 생기자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야외활동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등산을 포함해 자전거, 캠핑, 백패킹(야영에 필요한 장비를 등에 지고 떠나는 여행), 트레일러닝(오솔길과 달리기의 합성어로, 산이나 초원, 숲길 등 주로 자연 속을 달리는 스포츠)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모습에도 변화가 생겼다. 불특정 다수와 함께하기보다는 가족 단위로, 혹은 홀로 활동을 즐기는 형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백 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해 산에 오르는 산악회 중심 단체산행에서 소그룹인 ‘크루’ 중심 산행, 홀로 산에 가는 ‘나 홀로 산행’으로 바뀐 등산 문화는 젊은 세대를 대거 산으로 유입시켰다. 이미 4~5년 전부터 산에서 20~30대 젊은 세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젊은 세대 유입이 더 많아졌다. 헬스장 등 기존 실내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유사한 운동을 할 수 있는 등산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제 도심 근처의 유명한 산에서는 트레이닝복 또는 레깅스 차림에 작은 백팩을 멘 젊은 남녀를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트레일러닝이나 백패킹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 등산객도 사회적 책임… 돌파구는 ‘나 홀로 산행’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수칙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마스크 착용은 당연한 일상이 됐다. 혹시 야외활동인 등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이 적용되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제산악연맹(UIAA)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하고 전문가 회의를 통해 각종 정책과 지침들을 발표해왔다. 해외 국가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산장과 등산로를 폐쇄함에 따라 기존 산악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제산악연맹은 ‘등산에 앞서 신중함이 필요하다’, ‘국내외 등산 및 야외활동 전에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규칙과 조건이 집에서와 같을 것이라 가정하지 말라’, ‘인기 있는 산행지나 사람이 많은 산장(대피소)을 피하라’는 등의 내용을 회원국들에 전달했다. 이 지침들은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활동이 바이러스를 전파하거나 이미 과부하 된 의료자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우리나라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국립공원공단이 등산로 입구에서 ‘2m 간격 유지’와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산을 오르다 보면 이 같은 수칙은 금세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다. 등산은 평소보다 큰 호흡을 해야 하는 유산소운동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산에 오르면 마치 산소가 희박한 고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들다. 특히 여름의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쓴 채 하는 산행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능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한적한 나만의 코스를 찾아 마스크 없이 홀로 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 능력 과신은 금물, 복장·장비 철저히 준비

‘혼산(혼자 산행)’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즐겨오던 산행 방식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싫거나 조용히 자연을 즐기고 싶을 때, 또는 동행을 구하기 어려울 때 언제든 나설 수 있다는 점이 혼산의 매력이다. 하지만 산은 늘 위험이 따르는 곳이기 때문에 혼자 산행에 나설 때는 더욱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산악사고 발생 통계를 보면 혼자 산행을 하다가 조난하는 경우가 많다. 산을 오르다가 갑자기 악천후를 만나거나 길을 잃거나 작은 상처를 입는 등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동행인이 있으면 비교적 쉽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지만,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또는 소규모로 산행할 때는 자신의 체력과 능력을 과신하지 말고, 원래 등산 능력치보다 한 등급 낮은 쉽고 짧고 안전한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능하면 일찍 출발해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올 계획을 세우고, 급변하는 날씨에 대비해 방수 재킷, 보온의류, 비상식량과 랜턴 등 필수 생존장비를 갖춰야 한다. 한여름이더라도 체온 유지를 위한 긴소매 방풍의 정도는 늘 배낭에 휴대하는 것이 좋다. 등산은 땀을 많이 흘리는 활동으로, 피부를 통해 체온이 빠져나간다. 혹시 비를 맞기라도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실제로 겨울철보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 저체온증으로 인한 조난사고가 더 자주 일어난다.

등산을 막 시작한 사람 중 기본적인 차림새도 갖추지 않고 그야말로 헬스장에 가는 복장 그대로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수영을 할 땐 수영복을 입고 달리기를 할 땐 조깅화를 신는 것처럼 등산 역시 그 활동에 맞는 옷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평소 신던 운동화 대신 바위산에서도 미끄러짐이 덜한 부틸 고무창으로 된 등산화를 신는 것은 기본이다.

등산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가이드 없이 나서는 초행길에 든든한 지침서가 된다. 국내 등산 앱 ‘산길샘’과 ‘트랭글’은 스마트폰의 GPS 기능과 포털 지도를 통해 등산객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며, 산행 거리와 시간 등을 저장하는 기능도 있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이나 행정안전부의 ‘안전디딤돌’ 앱 등도 유용하다. 만일의 사고 시 자신의 위치를 가족이나 119에 전송하는 기능도 있으니 사용법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다. 산에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골짜기도 많으므로 보조배터리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 북한산
해발 836.5m의 백운대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정상에 서면 눈앞에 강북과 강남, 멀리 김포와 서해까지 펼쳐진다. 우이동, 북한산성, 구기동 등 다양한 코스로 오를 수 있는 한나절 산행.

● 도봉산
지하철 1, 7호선 도봉산역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도봉산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지만, 입구에서 갈라지는 등산로들이 다양해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능선에는 바위 구간이 많으므로 다소 주의해야 하는 코스다.

● 청계산
강남과 성남, 안양 등 한강 이남에서 접근이 좋은 청계산은 완만한 산으로, 초보자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국립공원이 아니므로 다소 자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진. 마운틴저널

 

이영준
「마운틴저널」 발행인. 북한산 인수봉 아래 첫 동네인 우이동에서 산과 사람의 삶을 살펴보는 일을 하고 있다. 매일 출근 때마다 화계사 앞 고갯마루를 넘어 인수봉이 보일 때 화엄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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