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음악 한 곡, 눈을 감으면 소리가 보인다. 클래식 공간 '풍월당'
상태바
백 마디 말보다 음악 한 곡, 눈을 감으면 소리가 보인다. 클래식 공간 '풍월당'
  • 허진
  • 승인 2020.03.3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 열려라, Six-Sense[六根] | 클래식이 건네는 위로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은 말했다. 예술작품은 오로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클래식은 변화무쌍한 역사의 소용돌이서 꿋꿋이 현존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음악가에 의해 변주 및 연주되고 있으며 강퍅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 없는 피아노 선율이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클래식이다. 이제 눈을 감아보자. 소리가 보일 것이다.

 

풍월당
풍월당

 

|    클래식을 벗 삼아 즐기는 풍류,
‘풍월당’

클래식은 다른 음악 장르와 비교해 진입 장벽이 높다. 가사도 없어서 배경지식을 모르면 깊게 즐기기 어렵다. 왠지 정장을 갖춰 입고 공연장에 가서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여기 클래식을 어렵고 무겁게 느끼는 사람을 위한 클래식 음악 공간, ‘풍월당’이 있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에 있는 풍월당은 클래식 음반매장, 카페, 아카데미를 겸한 공간으로 클래식 애호가뿐만 아니라 입문자도 편히 방문해 커피 한 잔 마시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흡사 빵집 이름 같기도 한 이곳의 이름은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긴 선조들의 낭만을 상징하는, ‘청풍명월(淸風明月)’에서 따왔다고 한다. 바람과 달 대신 클래식을 벗 삼아 진정한 풍류를 즐길 수 있을지, 음반매장과 카페를 중심으로 풍월당을 들여다봤다.

풍월당 직원들이 손수 적은 음반 위의 추천 문구
풍월당 직원들이 손수 적은 음반 위의 추천 문구

 

|    ‘맞춤형 음악 여행’에서 느끼는 
우아함과 따뜻함

음반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대부분 혼자 온 것으로 보이는 방문객들은 매장에 비치된 음반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각 테이블 위에는 당 충전을 위한 초콜릿, 젤리, 그리고 힘내라는 의미의 뽀빠이 과자가 비치됐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우아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압도되면서도 뽀빠이 과자를 통해 전하는 풍월당의 귀여운 위로에 따뜻함을 느꼈다.
먼저 풍월당 직원들이 손수 적은 것으로 보이는 각 음반 위의 추천 문구를 읽으며 매장을 천천히 둘러봤다. 직원들이 성심성의껏 작성한 음반 위의 문구들만 봐도 클래식 취향을 어느 정도 좁힐 수 있다. 그래도 뭘 들어야 할지 긴가민가할 때는 아무 직원에게나 편하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풍월당 직원은 클래식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방문객 취향에 맞는 음반을 추천하는 데 도가 텄다. 명상할 때 듣기 좋은 음반을 찾자 바로 ‘모레노의 바이스 류트 작품집’을 건네준다. ‘류트’는 섬세하면서도 고아한 음색을 특징으로 하는 고(古)악기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음악에 어울린단다. 클래식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에도 직원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아는 선에서 상세히 알려준다. 한번 들어보고 싶은 음반이 있을 때 직원에게 요청하면 매장에서 바로 음악을 틀어준다. 동행한 사진작가는 매장에서 음악을 들어보고 스님에게 선물할 음반을 골라 즉석에서 구매했다. 매장에 편히 앉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니 구매한 음반을 바로 그 자리에서 감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음악소품을 보는 재미가 있는 풍월당.
아기자기한 음악소품을 보는 재미가 있는 풍월당.

 

|    커피 한 잔에 사색 한 스푼
음반매장 바로 옆에 있는 카페 ‘로젠카발리에’에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클래식 음악, 그리고 진한 커피 향이 어우러져 마치 유럽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 로젠카발리에는 1900년경 오스트리아 빈 카페를 모티브로 클래식 음악다방을 구현했다고 한다. 카페 밖의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카페에 앉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있는 ‘카페 문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이곳. 사색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에 들러 서비스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풍월당 로고가 새겨진 귀여운 기본 찻잔이 있지만, 풍월당 직원이 특별히 고풍스러운 찻잔에 커피를 내줬다. 진한 풍미의 원두커피와 나직한 클래식 음악이 차분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복잡한 마음을 비웠다.
풍월당은 음반도 유통한다. 절판됐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양질의 음반을 직접 발굴한다. 음반 외에 오페라 대본 원문과 번역본 해설을 합친 오페라 총서 등, 수요가 많이 없는 전문 서적도 직접 출간한다. 수요가 적고 수익성이 없어 아무도 하지 않는 작업에 풍월당이 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 클래식 진가를 즐기는 사람들, 아름다움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론장을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였지만 오페라를 비롯해 클래식에 빠져 풍월당을 운영하는 박종호 대표. 그가 매장에 걸어놓은 ‘공들인 음악이 만드는 세련된 사회’란 액자 속 문구가 눈길을 끈다. 풍월당의 마음이 언뜻 보인다.     

 

월간 「불광」이 소개하는 ‘다양한 소리[耳] 공간 3선’
듣고 마음이 편해지는 소리는 개인 취향에 따라 모두 다르다. 나만의 소리를 찾아 ‘소리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다양한 장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내 귀의 캔디’를 찾아 떠나는 여행, 지금 바로 시작해보자!

 

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1.    ‘보는’ 전시? ‘듣는’ 전시!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국내 유일의 국악 전문 박물관으로 최근에는 ‘보는’ 전시에서 ‘듣는’ 전시 기능을 강화해 음악박물관으로서의 특화된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1층 전시실 ‘국악뜰’에서는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연주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2층 전시실 ‘소리품’에서는 자연의 소리, 일상의 소리 등 음악으로 형태를 갖추기 이전 단계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제7전시실에서는 국악기의 소리 나는 원리를 알아보고 직접 악기를 편성해 국악을 접할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위치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  문의  02-580-3130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제공
사진 |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제공

2.    두 세대가 함께 떠나는 음악 여행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경주 보문단지 내에 위치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대중음악 100년사의 주요 음반과 관련된 여러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3층 ‘세계 오디오 100년 사관’에서는 다양한 스피커의 발전상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원하는 곡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청음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1층 음악감상실의 대형극장용 스피커와 빔 스크린을 활용한 K-POP 영상은 마치 콘서트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말에는 라이브공연이 펼쳐진다.

위치  경북 경주시 엑스포로  |  문의  054-776-5502

 

사진 | 리홀뮤직갤러리 제공
사진 | 리홀뮤직갤러리 제공

3    추억에 빠져드는 시간, LP 감상 아지트
리홀뮤직갤러리 빈티지 음악감상실
12만여 장의 LP판과 진공관 시스템, 빈티지 스피커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음료를 주문하고 노래 신청서에 듣고 싶은 노래와 아티스트를 적어 직원에게 주면 해당 곡이 있는 LP를 찾아 노래를 들려준다. 이곳에서 음악을 들으면 음향이 비교되어 다른 데서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탄탄한 장비를 갖춘 곳.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로  |  문의  02-745-0202

 

글. 허진
사진. 유동영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