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에세이] 선승의 통곡, ‘시간의 사슬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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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 선승의 통곡, ‘시간의 사슬 끊기’
  • 김택근
  • 승인 2020.02.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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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포시 미국 카네기 멜론대 교수는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강의』란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인생의 가치와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한 얘기는 나름 울림이 있다. 그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절망하지 않았 다. 오히려 죽음의 신에 태연하게 맞섰다. 그리고 실제로 남은 시간 동안 잘 살았다.

그랬던 랜디 포시도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는 시계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식료품을 사고 셀프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를 두 번 긁었다. 실수를 했으니 당연히 16달러 55센트짜리 영수증 하나는 취소시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15분이 걸렸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환불받기 위해 시간을 써버릴 것인가.”

결국 16달러 대신 15분을 선택했다.

그는 말한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도 어차피 죽음 앞에 서 있는 시한부 인생이다. 죽음과의 거리를,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을 마무리할 것인가.절집에 서는 유독 시간이 맥을 추지 못한다. 시간을 토막 내고, 가고 오는 시간마다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도의 수행승에게는 촌각을 다투라고 이른다. 시간은 수행승이 가진 전부이다. 선방의 죽비에는 째깍거리는 시계침이 들어 있다.

“우물쭈물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나도 깨닫지 못했을 때에는 깜깜해서 아득했다. 광음을 헛되이 보낼 수가 없어서 뱃속은 불이 났고 마음은 바빠서 부산하게 도를 찾아 물었다 (임제 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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