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천계(1) 욕계와 육욕천, 사대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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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천계(1) 욕계와 육욕천, 사대천왕
  • 전순환
  • 승인 2020.02.1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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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 (541호) 에서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윤회 (saṁsāra) 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 인간이든 신이든 그 어떤 종류의 피조물이든 영혼을 갖는 ─ 유정 (有情, sattva) 은 죽은 뒤 전생이나 현생의 업 (karman) 에 따라 6취 (六趣) 의 세계 (loka) 에태어난다. 그리고 몸 (kāya · ) 말 (vāk · ) 마음 (manas) 과관련하여 10악업을 저지른 자들은 악행의 경중에 따라 지옥계·축생계·아귀계·아수라계의 4취에 환생하고, 10선업을 행한 자들은 선행의 정도에 따라 인간계와 데와-로카 (deva=loka) 를 의역한 천계 (天界) 라는 2취에 다시 태어난다. 누구든, 6취에 관해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면, 인간보다 더 뛰어나고 수명이 길며 괴로움이 훨씬 덜하다는 천신들이 머무는 지상 (地上) 의세계가 사람들이 사는 염부제와 같은 지표 (地表) 나팔대지옥과 같은 지하 (地下) 의 세계보다 훨씬더 나은 곳이라고 생각하며, 그곳에 환생하기를 바랄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천계는 과연 어떠한 세상일까? 이곳에는 어떤 천신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통한 천계에 대한 이해는 지하·지표의 세계 (loka) 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천신들과 관련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불교 용어들이, 범본 『반야심경』이나 『금강경』과 같이 압축된 적은 분량의 반야부 경전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많은 분량의 『팔천송반야경』이나 『만팔천송반야경』, 『이만오천송반야경』 등에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삼계 천계의 전체적인 성격은 3계 (三界) 로 의역되는 트라이-다투카 (trai=dhātuka)

를 통해 알 수 있다. 사실 이 용어는 어원적으로 명사 트리-다투 (tri=dhātu) 에 카

(ka) 가 붙으면서 수사인 트리 (tri) 에 브릇디 (vṛddhi) 가 적용되어 파생된 형용사로서 ‘3계로 구성되는’을 뜻하고, 형태의 변화 없이 다시 명사로 파생되어 그 의미는 ‘3계로 구성되는 세계’가 된다. 3계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욕계 (欲 界 · ) 색계 (色界 · ) 무색계 (無色界) 를 가리키고, 산스크리트의 어원적 의미에 따르면이 세 가지의 계층으로 형성되는 영역이 곧 하나의 세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적이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리그베다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범본 경전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트리-다투가 표제어로 소개되는 경우가 일반 적인데, 이는 3계만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로 생각된다. 참고로 리그 베다 (I.154.04) 에서 트리-다투는 ‘세 겹/층’을 의미하며, 바로 따라 나오는 ‘땅, 하늘,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을 가리킨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교에서 말하는 3계라 함은 기본적으로 모든 법이 포함되어 있는 하나의 세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앞으로 필자는 3계 가운데 욕계에 속하는 6욕천이란 천계의 천신들에 관한 어원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고, 그 첫 번째 대상은 4대천왕 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지옥계·인간계·천계 등의 육취에서, 욕계 등의 3계에서 사용되는 계 (界)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하고 본 주제로 넘어가기로 한다.

한자어 界는 현재의 문맥에서 ‘세상,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이고,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번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번역의 유래가 되는 산스크리트 어휘를 보게 되면, 분명한 차이들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육취에서 천계 등의 계는 로카 (loka) 에서, 3계나 욕계 등의 계는 다투 (dhātu) 에서 번역된 것이다. 불교에서 바라보는 우주 (Universe) 는일반적으로 공간적 (Spatial) 차원과 시간적 (Temporal) 차원으로 구성되고, 공간적 차원은 다시 수평적·평면적 (Horizontal) 측면과 수직적·계층적 (Vertical) 측면으로 나눠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른다면, ‘ (탁 트인) 장소’란 의미의 loka 는 평면적 측면에서, ‘층, 단계’을 뜻하는 dhātu는 계층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지는 세계 (World) 인 것이다. 그렇다면 삼천대천 (三千大千 · ) 이천중천 (二千中千 · ) 소천의 세계는 loka와 dhātu의 합성어로 표현되기에 평면적·계층적 두 개의 측면 에서 바라보아지는 세계라는 계산이 나온다.

욕계

이러한 해석에 근거한다면, 이제 카마-다투 (kāma=dhātu) 를 의역한 욕계 (欲界) 는계층적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하고, 그러한 개념이기에 3계 가운데 가장 하부에 존재하는 층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계층성은 반야부의 범본 경전들에 서, 빈도는 낮지만 카마에 ‘영역, 층’을 뜻하는 아와차라 (ava-CAR-a) 가 붙기도 하는 합성어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입증될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 산스크리트 용어는 어원적으로 ‘ (위에서) 아래로 나아감, 수직적 하향’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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