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구도자의 길을 오롯이 걸은 분,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다 성철 스님 상좌 원택 스님 인터뷰
상태바
참된 구도자의 길을 오롯이 걸은 분,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다 성철 스님 상좌 원택 스님 인터뷰
  • 남형권
  • 승인 2019.11.07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 창간 45주년, 다시 보는 월간 「불광」 | 제자, 스승을 말하다 2

 

중은 혼자 사는 사람이니 스스로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손수 누더기 승복을 기워입던 스님. 나서서 자랑하지 말고 쓸모없는 인간이 돼야 비로소 깨침의 공부로 갈 수 있다며 백련암에 대통령이 찾아와도 내려가지 않았던 스님. ‘가야산 호랑이’로 불린 고독한 구도자 성철 스님의 상좌 원택 스님을 만나 성철 스님과의 일화, 가르침에 대해 들어봤다. 더불어 우리나라 불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견을 청했다.

Q ─ 성철 스님과 처음 사제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연히 친구를 따라 해인사 백련암에 갔습니다. 성철 스님께 인사드리러 갔다가 “좌우명 하나 주시면 평생 기억하고 열심히 지키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스님이 “세상에 공짜가 있나?”라고 하시며 “절돈 3천 원을 내라”고 하십니다. 절 3천 배였죠. 좌우명 하나인 1계를 주시며 절돈 3천 원은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라고 말씀드리자 “넌 불교 좀 아는 모양이지? 만 원 내놔라” 하시더군요. 3천 배 깎으려다 1만 배를 하게 됐죠.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습니다. 1만 배는 못했지만 온 힘을 다해 스님이 오실 때까지 절을 했어요. 스님이 주신 좌우명은 “속이지 마라!”였어요. 크게 실망했습니다. 속이지 말란 건 어른들이 늘 하시던 말이니까요. 백련암을 떠난 후 몇 달이 지났는데 별안간 스님이 말씀하신 “속이지 마라”가 머리를 울리더라고요. 남을 속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말이 아닐까? 혼자서 다시 찾아갔는데 성철 스님이 마당을 포행(布行)하고 계셨죠. 반겨주시리라 생각하고 달려가니 “웬 놈이냐! 난 모른다, 옛날 일 몰라!” 고함을 치셨습니다. “스님, 제가 다른 공부보다 화두 배워서 참선하고 싶어서 뵈러 왔습니다”라고 하니 갑자기 쌀쌀맞던 스님이 화색을 보이셨습니다. 이런저런 가르침을 주시고 의문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시며 문호를 개방해주셨어요. 이후 새해가 되어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스님께서 “밤도 늦었는데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하셔서 자고 일어났더니 다음 날 “몇 살이고?” 물으십니다. 스물아홉이라 말씀드리니 “서른 다 됐네, 인생 다 살았어. 서른인데 뭣 할래? 세상살이 그만하고 출가해라. 부처님 말씀을 따라 깨달음을 얻는 길을 가면 그 또한 큰일이다. 내가 아무나 중 되라고 하지 않는다”라며 출가를 권유하셨습니다.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었다고 말씀드리니 하룻밤 더 자고 가라고 하십니다. 스님 말씀을 되새기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내가 공부해 출세한들 얼마나 할까’, ‘함부로 중되라고 안 한다고 하시니 내가 스님 소질이 있나’ 점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출가를 결심했고 성철 스님과 사제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