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에세이] 산사의 가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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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 산사의 가을밤
  • 김택근
  • 승인 2019.11.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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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었다. 나무는 잎을, 사람은 생각을 떨군다. 이때쯤에는 사연을 지고 길 떠나는 사람이 풍경이 된다. 가을이 깊을수록 사람이 그립다. 앞서 걷는 사람의 등이 쓸쓸해 보인다. 작은 바람에도 우리들 사랑은 흔들리지만 다시 사랑하고 싶다. 문득 길손이 되어 잎 떨군 나무와 함께 걷고 싶다. 걷다가 곤해지면 키 큰 미루나무가 있는 마을에 들러 누군가의 꿈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싶다. 가을에서 겨울로 바람이 불면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가 떠오른다. 페루 전통 악기 삼포냐의 음은 가을 끝과 겨울 초입을 맴돌고 있다. 듣고 있으면 햇살조차 서늘하다.

황금의 나라 잉카제국은 이름만으로도 아프고, 인디오들이 경배했던 콘도르가 슬픈 전설을 입에 물고 페루에서 우리 땅으로 날아들 것만 같다. 얼핏 어디선가 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란 카페도 떠오른다. 그 카페에는 약간 나이든 여인이 담배를 태우며 로맹가리의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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