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불교] 부처의 이름으로 칼과 도끼를 든 자들 / 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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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불교] 부처의 이름으로 칼과 도끼를 든 자들 / 김천
  • 김천
  • 승인 2019.09.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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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프리카의 부처

내가 선의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늘 옳을까? 우리는 자신이 믿는 정의와 선이 상대에게도 반드시 동일한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부처 (2018)>는 자비와 선행으로 포장된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출신의 감독 니콜 샤퍼는 기사를 쓰기 위해 말라위의 고아원을 둘러 보던 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서구인의 아프리카 식민 역사의 유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부처>는 대만 불광산 출신의 후이리 스님이 세운 말라위 아미타불보육센터 (ACC)가 무대이다. 센터에는 약 300명의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고, 주인공 에녹알루는 6살 때 맡겨져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은 새벽에 일어나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고, 중국어 수업을 받고 중국의 문화와역사를 배운다.

후이리 스님은 가난한 나라에서 아이들을 먹이고 불교를 믿게 하고 공부를 시킨다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않다. 사리분별을 할만큼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부족의 언어에 미숙하며 말라위의 문화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고아원에서 나와 그 사회로 돌아가 정착할 수 있을지를 고뇌한다. 가족이 믿는 신과 불교의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교는 행위의 결과보다는 동기를 살피라고 가르친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선은 모호하고 우리는 늘 그 선 앞에서 고심해야만한다. 깊은 사유가 없는 행위는 지혜를 잃게 되고 오직 결과에 대한 집착에만 끌려갈뿐이다.

후이리 스님이 아프리카 곳곳에 고아원을 세우고 아이들을 돌보는 동기는 무엇일까? 아이들 앞에서 스님은 거침없이 말한다. “여러분은 아미타불 보육센터의 일원이기 때문에 불교를 믿고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을 따라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할때에만 후원자들의 후원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자비한 동기인가. 아이들은 가족에 의해, 또는 스님이 마을을 돌며 가난한 아이들을 포획하듯 고아원으로 데려온다. 어떤 아이는 울면서 집에 가겠다고 하지만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스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키워주며 공부를 시켜주는 좋은 일을 행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저항은 그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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