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아이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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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아이 보내기
  • 조태성
  • 승인 2019.08.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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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봐야 1~2년이다잉.” 요즘 아내 놀리는 맛이 쏠쏠하다. 아들놈이 초등학교 들어가더니 친구가 확 늘었다. 그러니 밖으로만 돌려고 한다. 축구에다 줄넘기에다 뭐 에다, 세상은 넓고 친구는 많으니 놀 거리는 넘쳐 난다. 머리 좀 굵어졌다고 다소 어설픈 논리지만 제 주장이나 고집을 내세우기도 한다. 정작 저 혼 자 제대로 해내는 건 별로 없으면서 말이다. 나도 가끔 ‘어쭈’ 싶을 정도인데,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가끔은 웃고, 대개는 울상이다. 그럴 때마다 저 말을, 앞으로 1~2년 남았단 얘길 한다.

그래도 엄마한테 들러붙어 뭐라도 징징거릴 때가 좋은 거다, 좀 지나면 쳐다보지도 않을 건데 그것보단 낫지 않느냐, 뭐 그런 의미다. 그러면서 가끔 외식하러 갔을 때 봤던, 단 한마디 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밥만 먹고 일어서던 가족 들의 풍경을 일깨워준다. 그런 집엔 대개 질풍노도 사춘기 아이들이 끼어 있다. 속앓이할 게 아니라 얼마 안 남은 지금의 시간을 즐기라는 건데, 아내는 그 말이 자기를 놀리는 것처럼 들려서인 지 못마땅해하며 눈을 흘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저놈이 대체 왜 저러지?’ 훅 끓어오르다가 도 ‘저맘때쯤 나도 그랬나?’ 그렇게 문득 멈추어 선다. 물론 이건 무척이나 어거지 같은 작업이다. 책 좋아하고, 축구처럼 공으로 하는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건 나 닮은 덕이고, 겁 많고 깔끔 떨고 까탈스러운 건 엄마 닮은 탓이다.

이 또한 당연 히 내 생각일 뿐이고, 아내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 ‘덕’과 ‘탓’은 또 다를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안 하는 게 ‘당연’을 넘어 ‘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 는 세태 속에서 한가한 소리 아닌가 모르겠다. 아이가 고마운 건 그래서다. 내 새끼라 예뻐 서가 아니라 나를 멈추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나도 희미한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흐뭇해한다. 기억이란 요물 같아서 제 마음대로 해석되곤 한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내가 저리 했을 때 부모님은 참 흐뭇하셨겠다는 생각이 든 다. 다른 한편으론, 내가 저렇게 했을 때 내 부모 님도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상상하게 된다. 역 지사지란 말, 말은 참 쉽고 간단한데, 정말 절실 하게 느껴지는 게 애 낳아 키우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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