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예술로 화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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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예술로 화두 들다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9.08.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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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스님과의 차담
<Killing The Buddha> 60x45cm, Digital Print, 2015

현대 미술의 최전선 영국 런던에서 새로운 차원의 불교 미술을 탐색하고 있는 스님이 있다. 동국대학교 불교미술과를 졸업하고 2015년 런던 킹스턴대학교(Kingston University London)에 진학하여 순수 미술을 공부한 후 현지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법전 스님이다. 런던 킹스턴 지역에 위치한 한인 사찰 ‘로터스 마인드(Lotus Mind)’에서 법전 스님과 차담을 나누었다.

우리 모두가 이미 부처임을

동국대학교에서 불교 미술을 수학하고 불화를 그리던 법전 스님은 유학 길에 오르며 ‘순수 미술’을 선택했다. 전공의 이름은 ‘순수 미술(Fine Art)’ 이었지만, 스님에게 순수 미술은 불교 미술과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불교 미술로 법을 전하고 싶었다는 스님. 불교적 도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작품에서 불교의 지혜가 우러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해 왔다. 그래서 스님의 작 품은 한국에서 불교 미술이라 칭하는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기존에 제가 예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념들을 버리는 것이 가장 어 려웠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떻게든 ‘불교’를 작품 안에 집어넣으려고 하 게 되더라고요. 그때 한 교수님이 ‘굳이 불교적인 것을 담으려 하지 않 아도 스님이 만드는 작품들은 누가 보아도 이미 불교적입니다’라는 코 멘트를 해주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작품에 불교 를 의도적으로 넣으려고 하기보다는 예술이라는 유·무형적 사건을 통 해 발생하는 의미에 조금 더 초점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킹스턴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스 님에게 화두가 되었다. ‘왜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은 예술이 아닌가’, ‘무 엇이 그것을 결정하는가’,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질문들을 승려로서 불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로 이어진 일련의 질문들이 스님의 작품 세계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스님의 킹스턴대학교 졸업 작품이 었던 <레디메이드 붓다(Ready-made Buddha)>는 그간의 고민들이 가장 잘 담겨 있는 듯했다.

 

“졸업 작품을 준비할 당시에 살던 집 뒷마당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한그 루 있었어요. 어찌나 솔잎이 많이 떨어지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비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됐어요. 항상 마당 한구석에 솔잎을 무더기로 쌓아놓았 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 평범한 일상 속 장면이야말로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듯,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솔잎 무더기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전시했어요.”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르셸 뒤샹이 1913년 예술로서 전시하기 위해 임의로 선택한 양산된 제품에 붙인 말인 ‘레디메이드(Ready-made)’. 뒤샹이 발견한 변기가 전시장에서 예술작품이 되었듯, 스님이 발견한 솔잎 무더기는 뒷마당을 떠나 전시장에서 붓다로 다시 태어났다.

“제 생각에 ‘작품’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이미지를 맞닥뜨렸을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상들 그 느낌들이 바로 예술인 것 같습니다. 예술은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해야만 한다는 의식을 깬 뒤샹처럼, 이미 널려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어 레디메이 드 붓다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굳이 의도를 실어 만드는 것보다 사물의 있는 그대로를 조명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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