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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나도 모르는 이 감정, 어떻게 할까?] 건강한 감정 생활을 위한 심리학자의 조언

감정은 내적 알람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감정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내가 속한 환경에 대한 즉각적 피드백 또는 ‘내적 알람’이다. 즐거움, 행복함 등의 긍정적 정서는 일반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삶이 그럭저럭 잘 흘러가고 있음을 신호한다. 반면 화, 공포, 혐오감 등의 부정적 정서는 지금 속한 환경에 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존재함을 알린다. 예컨대 ‘쾅’ 하는 폭발음이 났다면 무의식중에도 공포감을 느껴 도망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소리가 어디서 온 건지, 진짜 위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단순한 오경보라면 다리만 아프고 말지만, 폭발을 피하지 못하는 것은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즉 감정은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적 요소들을 하나하나 판단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좀 더 빠른 대응을 위해 발달한 1차적 알람 시스템이다. 부정적 정서들이 보통 ‘오경보’가 많고 정서의 세기 또한 크며, 공격 또는 도망 같은 즉각적인 행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느린 주인으로 하여금 위험에 빨리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따라서 어떤 감정이 밀려오면 그 감정 자체에 놀라기보다 지금 내 마음이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감정의 목적은 알림이기 때문에 메시지가 받아들여지는 순간 해소되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부정적 정서의 기능
대표적인 부정적 정서 중 ‘화’는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협이 감지될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공포’ 또한 위협의 존재를 신호한다. 이 둘의 차이는 해로운 무엇이 ‘내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인가’의 여부이다. 싸워서 이길수 있는 존재라면 공격성을 유발하는 화가, 나보다 훨씬 강력해서 싸우기보다 피하는 게 상책이라면 도망을 유발하는 공포가 생겨난다.

화는 에너지가 강한 감정이어서 집단적으로 폭발할 경우 한 사회를 뒤집어 놓기도 한다. 화가 높아지면 싸워서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반면 공포는 가급적 피하고 문을 꽉 닫고 숨는 것과 관련된 감정이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익숙한 것을 선호하게 만드는 반면 낯선 것에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게 경향이 있다. ‘혐오감’은 감염의 위협을 알리는 데 특화된 감정이다. 곰팡이가 피거나 상한 음식, 토사물 등 무섭다기보다 더러워서 피해야 하는 대상을 향해 나타나는 감정이다. 강렬한 부정적정서이기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즉시 몸을 피하게 되고 그 결과 감염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면역력이 약하거나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은 ‘외국인’ 같이 낯선 존재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감을 느끼는 현상도 나타나서, 잘못 사용되면 인간을 차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부정적 정서들이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면 긍정적 정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도전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기분이 나쁠 때보다 좋을 때 사람들은 시야를 넓게 가지고 사람을 만나러 다니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다니며 삶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안전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 먼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아실현을 찾기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화나 공포 등의 부정적 정서들은 시야를 좁히고 문제 해결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반면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는 사고를 확장시키고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부정적 정서는 몸을 움직여 빠른 대처를 돕지만 그만큼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스트레스 수준을 높인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때 잠시나마 즐거운 생각을 떠올려보는 등 긍정적 정서
를 불러오면 높아졌던 혈압이 다시 낮아지는 등 스트레스의 악영향이 어느 정도 지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긍정적 정서를 ‘스트레스 지우개’ 라고 부르는 학자들이 있다. 요는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 모두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둘 다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 둘 다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같은 단위의 긍정적 정서보다 부정적 정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을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아무래도 당장 생존과 관련된 문제가 생긴다면 자아실현 이전에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예컨대 10만 원이 생겼을 때의 기쁨보다 10만 원이 없어졌을 때의 슬픔이 더 큰 편이다. 또한 기쁜 일 하나로는 잠깐 기쁘고 말지만 나쁜 일 하나로는 한 달 내내 기분이 나쁜 것이 가능하다.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은 상태는 두루뭉술한 무엇이지만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거나 더위에 찌는 불쾌감은 더 구체적이고 강렬하다. 여러 가지 표정들 중에서 화가 나 있거나 찌푸린 표정을 더 빨리 찾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작은 부정적 신호에도 크게 호들갑을 떨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서 조절: 감정의 재해석
감정은 일차적으로는 척수반사적 반응이지만 이후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여파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다행히 인간은 외적 원인으로 발생한 감정에 수동적으로 쓸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존재이다. 예컨대 똑같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불안한 마음이 들때 옆에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면 ‘사랑에 빠졌다’가 되는 반면, 열 받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화났다’가 최종 경험이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면접을 앞두고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에서도 망했다고 생각하면 ‘긴장’이 되는 반면, 조
금 흥분된다고 생각하면 다소 신난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체적 반응이 비슷한 감정들을 좀 더 적응적인 쪽으로 해석하는 것을 감정의 재해석 또는 ‘라벨링(이름 붙이기)’이라고 한다. 화가 난 것 같을 때 그 감정을 ‘화’로 명명하고 내가 무엇에 화가 났는지 자꾸 생각하다 보면 점점 더 화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화가 아니라 조금 흥분한 것이거나 혼란스러운 것은 아닌지, 굳이 화를 낼 일이었는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누그러지고 혈압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원인은 외부에 있을지 몰라도 감정이란 결국 내 안에 존재하는 ‘내적 경험’이므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조절할 때 한 가지 조심해야 하는 점은 이미 생긴 감정을 무턱대고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에게 상처받았는데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고 우기는 경우 되려 상처가 더 오래 가고 상처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의 타이밍을 늦춰 결국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하얀 곰’을 절대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감정을 무시하고 억압하면 할수록 감정이 더 자주 튀어나오는 현상도 존재한다.

또한 감정은 놔주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붙들고 있으면 안에서 점점 더 쌓여 커져 가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내가 그때 왜 그랬지?’ 같은 후회와 부끄러움 속에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쁜 일이 생겼던 것은 한순간이지만 과거의 일을 계속해서 상기하며 후회하는 ‘곱씹기(rumination)’를 자주 하는 경우, 한 번 발생한 일로도 반영구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곱씹기는 불안 및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삶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어도 곱씹기를 많이 하는 한 얼마든지 불안하고 우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만큼 곱씹기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계속해서 고민할수록 작은 문제가 점점 더 큰 것으로 둔갑하게 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
민도 ‘적당히’ 해야 하는 이유다. 노벨상 수상에 빛나는 심리학자 카네만은 세상 그 어떤 일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타고난 호들갑쟁이기 때문에 문제는 보통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작다는 것이다.


감정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존과 행복을 돕기 위한 도우미일 뿐이라는 사 실을 기억하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나에게 달렸다. 감정을 대할 때 쓸데없이 과장하거나 축소할 것 없이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부정적 정서를 느낀다면 내가 지금 어떤 것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것이 정말 그렇게 위협을 느낄 만한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된다. 또 나의 행복과 안녕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런 호들갑을 느끼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고, 나의
감정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버텨왔다고 고마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한껏 느끼고 이해하고 나면 감정은 자연스럽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여러분의 건강한 감정 생활을 응원한다.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 Chapel Hill) 의과대학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진영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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