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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상을 명상하다] 지금 이 순간을 직면할 용기, 여행 그리고 명상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명상하고 앉아있네’라는 모임을 통해 명상을 배웠다. 막상 여행을 가고 싶은데 왜 가고 싶은지 스스로 이유를 못 찾았기 때문이다. 명상을 통해 ‘여행을 가려는 이유’와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니 여행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롭게 삶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여행을 시작하며 낯선 환경에 들어가자 현지인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들로 다가왔다. 여행자의 걸음걸이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다. 초심자의 마음을 갖게 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순수한 두 눈으로 이곳저곳을 바라본다. 창밖의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저들과 내가 다른 게 무엇이겠나.

여행하기 전에 공방에 들러 반지에 문구 하나를 새겼다. ‘Carpediem’ 카르페디엠, 라틴어로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여행을 하며 ‘지금 이 순간’에 있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불안하고, 두렵고, 걱정이 밀려오고, 후회와 자책, 비교 의식, 열등감의 감정들이 올라와 괴로웠다. 지금 이 순간에 있으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에 없었다. 샤워를 하면서 이전의 부끄러운 과거들이 떠올랐고, 밥을 먹을 때는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의 어느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할 때였다.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뭇잎 하나를 주웠다. 마음속의 걱정을 담아 강물에 흘려보냈다. 때때로 눈을 감기만 한다고 명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순간에 있으려 노력했다.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떠오르고 사라지는 이 순간 또한 지나가리란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물리적으로 속해 있던 환경을 벗어나니 심리적인 안정이 찾아왔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내면의 해결하지 못한 갈등과 상처들을 직면할 용기도 얻게 되었다. 아픈 기억에 직면한다는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실 이게 필요해서 여행을 떠난 건지도 모르겠다. 명상과 여행은 나에게 필요한 ‘직면할 용기’를 준다. 가만히 앉아 고요함 속에 있다 보면 많은 것들을 인식할 수 있게 되고 모든 것은 내 안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점차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사라져 갔고, 마음속에는 평화가 깃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이 들어와 상처들을 치료하고 돋아나는 새살에 따뜻한 온기를 더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하게 되자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내가 있는 이 세계가 다채롭게 보이기 시작하며 아름다워 보인다.

이제 나는 다양한 나의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고 그런 나를 관찰하며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어쩌면 나의 여행은 나 자신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인 것 같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잘하면 잘한 나를 인정해주고 알아차려 줄 수 있는 여행 덕에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1년의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여행할 때처럼 한 달 뒤 미래만 생각하며 산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순간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먼 미래를 계획하며 그려가는 것도, 과거의 지나간 일로 미련을 가지는 것도 이 순간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예전만큼 많이 아프지 않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긍정적 에너지와 활기찬 빛들로 눈을 감아도 눈이 부시다. 빛이 이끄는 호기심에 앞으로의 일들이 더 기대되고 즐겁다. 그토록 마음의 자유를 갈망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새장에서 나온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지금 이 순간에 있음을 알아 차리게 해주는 명상과 여행을 통해 나는 지금도 일상이 여행이며 명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세상이 참 아름답고 살 만한 곳임을 느끼며 마음속에 사랑과 여유가 충만한 채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지금처럼.
 

글_ 권수정(사진 왼쪽)
여행가이드로 일하며 여행업에 종사했다. 2017년 명상클래스 ‘명상하고 앉아있네’를 통해 명상에 입문했다. 지난 1년간 쌍둥이 자매와 함께 세계 곳곳을 다니며 ‘나’ 밖의 세상과 내 안의 세상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드림캐쳐 원데이클래스 및 꿈토크를 진행하며,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다.

양민호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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