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성보박물관 학예사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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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성보박물관 학예사로 산다는 것
  • 홍은미
  • 승인 2019.03.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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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청탁을 받고 무엇을 쓸까 망설이고 있는데, 성보박물관 학예사로 일하고 있는 감상을 적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선배로부터 들었다. ‘그래, 언젠가는 한 번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었지!’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일반 대중은 눈여겨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세상, 깊은 산속 사찰 성보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살아간다는 일.

돌이켜 보면 “나는 보살이 아니다!”라고 항변하며 어리석은 반응을 보였던 내 자신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보살’, 얼마나 좋은 호칭인가. 하지만 보살을 상징하는 본디 뜻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절에 다니는 ‘중년의 아줌마들’을 대상화한 이미지 때문에 ‘박물관보살’로 불리는 것이 정말 불편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박물관보살!’이라고 부르면 뒤돌아보지 않았고, 만일 얼굴을 마주한 상황에서 나를 그렇게 호칭하면 다르게 불러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저는 박물관보살이 아닙니다. 단순히 절에 기도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구요! 박물관에서 일하는 전문인력, 학예연구사입니다. 그러니 제발, 앞으로 저를 부르고 싶다면, 학예사님이라고 해주세요!” 오래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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