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법문] 불퇴전지不退轉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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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불퇴전지不退轉地
  • 법념 스님
  • 승인 2019.02.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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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배문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처럼 수행도 첫 단계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야 깨달음이라는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화엄경』에는 보살이 수행해야할 단계로 52위가 있다고 설한다. 목적지까지 단걸음에 올라갈 순 없다. 끊임없는 정진精進만이 가능하게 한다. 그러기에 팔정도 중에 하나인 정정진은 불자라면 누구나 지켜야할 수행덕목으로 꼽힌다.    

일본 절에서는 사찰요리를 정진요리라고 부른다. 공양을 들 때도 화두를 놓치지 말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은 성싶다. 처음 선방에 갔을 때 어른스님들이 ‘밥상머리에서는 자칫하면 밥맛에 홀려 화두가 밥상 밑으로 들어간다’며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화두를 놓치지 말라’고 경책하던 말씀이 생각난다. 늘 정진하는 자세로 일관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수행단계 52위중에 10지는 41위부터 50위까지를 말한다. 10지는 제1환희지歡喜地로 시작되며 제8부동지不動地에 오르면 무상의 지혜가 끊임없이 일어나 다시는 번뇌에 동요되지 않아 불퇴전지라고도 한다. 해동석가라 불리는 신라의 원효스님은 제8부동지보살에 해당돼 추앙을 받는다. 제8지에 올라가야 비로소 보살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다.      

절에 다니는 신도를 언제부터 보살이라 불렀는지 모르지만 잘못된 관습이다. 보살은 부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나 중생을 위해 보살행을 널리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무나 보살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고쳐야 할 과제인 성싶다. 

 

벌써 삼십여 년이 지난 일이다. 백양사 운문암에서 토굴생활을 일 년여 한 적이 있다. 결제 때마다 제방선원을 떠돌아다니다보니 한 곳에 머물며 정진하고파서다. 전기도 전화도 수도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땔나무해서 불 때고 수각에서 물 길어와 밥하며 밭에 채소를 가꾸는 등이 고생스럽지 않고 즐거웠다. 그 땐 신심이 나서 힘 드는 줄 모르고 잘해냈던 것 같다.

당시 백양사에는 불교전문 강원이 있었다. 때마침 『원각경』을 끝내고 『화엄경』에 들어간다고 해서 강주스님에게 청강을 허락받았다. 강원은 졸업했지만 경전을 수박 겉핥기로 대충 봐서 늘 미련이 남아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 번 더 『화엄경』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잡게 되었다. 매일 새벽정진 끝에 아침공양을 마치면 산길 십리를 왕복하며 큰절로 내려가 강의를 들었다. 청강생이라는 이유로 발기와 중강에서 제외돼 아쉬웠으나 경전을 보면서 새록새록 신심이 되살아나 참선수행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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