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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제자 이야기] 따뜻한 율사 우팔리 존자1[우리가 미처 몰랐던 10대 제자 이야기]

|    지계제일? 지율제일?

일본 대보은사大報恩寺에 소장된 우팔리 존자상.

부처님에게는 참으로 많은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 제자들의 출가 전 신분 또한 다양했지요. 왕족도 있고, 사제계급인 바라문도 있고, 반면에 낮은 계급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똥치기와 같은 천민도 있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부처님의 십대제자’는 어떨까요? 무엇보다 석가족 왕자들이 눈에 띕니다. 아난다와 아나율이 부처님과 사촌 간이고, 라훌라는 친아들이니, 이 세 사람은 왕족입니다. 부처님이 승가를 맡겨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칭찬했던 사리불과 목련은 바라문 출신입니다. 부처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 사실상 교단의 중요한 일을 처리했던 가섭과 가전연 그리고 부루나 역시 바라문 출신입니다. 수보리는 상인 집안으로 바이샤 계급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유달리 출생에 따른 신분이 처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우팔리입니다. 아시다시피 우팔리는 이발사입니다. 요즘처럼 그 혼자서 이발사란 직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집안이 대대로 남의 머리를 자르고 손질해주는 직업을 물려받은 것이지요. 당시 인도에서 이 직업은 천민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출가하기 전 신분은 부처님 법 안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수행해서 성자가 되면 그만이었지요. 

과연, 우팔리는 출가한 뒤에 열심히 수행했습니다. 특히 그는 계율을 잘 지키고, 계율에 관한 작은 의심이라도 생기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부처님에게 여쭈었습니다. 율장 『오분율』에는 우팔리 존자가 부처님에게 여쭙는 내용들이 자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게다가 너무나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려고 하는 바람에 동료 수행자들 사이에서 불평이 일었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이 정도로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고, 늘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은 우팔리 존자를 가리켜서 이렇게 찬탄하셨습니다.

“나의 비구제자 중에서 율을 가장 잘 지니는 사람은 우팔리다.”(『앙굿따라 니까야』)

부처님도 인정하신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 해당하는 빨리어를 보자면, 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율(vinaya)을 지닌다’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우팔리 존자를 가리켜서 ‘지계제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지율제일’이라고 해야 맞는 말인 것이지요.

불자로서 살아간다면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률인 ‘계’는 우팔리 존자 말고도 모두가 충실하게 지켰을 것입니다. 반면 출가단체인 승가가 지켜야 할 규칙인 ‘율’에 관해서 우팔리 존자가 가장 해박하게 알고 있었고, 그리고 스스로 엄격하게 따랐다는 말입니다. 『중아함경』에 들어 있는 「우바리경」에 보면, “어떻게 승가가 율을 따라야 하는가”에 관해 부처님에게 조목조목 여쭙는 내용이 나옵니다. 전재성 박사는 『앙굿따라 니까야』 제1권에서 “부처님은 특히 우팔리에게 율장 전부를 가르쳤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197쪽 120번 각주). 그렇다면 이웃종교의 표현을 빌리자면 ‘율법학자’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법원주림』 제25권에는 부처님의 뛰어난 제자의 덕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우팔리 존자에 대해서도 “어떻게 우팔리(우바리)가 지율제일이라 일컬어지는지 알아보자”라며 그 사연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석가족 왕자를 포함한 석가족 남자들이 출가할 때 대략 500명이 되었는데, 우팔리가 그들의 머리를 모두 깎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출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9만 9천 사람들도 모두 따라서 출가하여 도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 과장된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그만큼 석가족 남성들의 집단 출가는 그 당시 인도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온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비록 계를 받는 자리에서 여법하게 머리를 깎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머리를 깎아준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 당시의 풍습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석가족 남성들은 우팔리를 비록 자신들보다 신분은 낮았지만 스승으로 깍듯하게 모신 듯합니다.(단, 자신들보다 먼저 부처님 앞에 나아가 계를 받았기 때문에 선배로서 존경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팔리는 부처님에게서 구족계를 받은 뒤로 털끝만큼도 계를 어기지 않았기 때문에 ‘지율제일’이라 일컬어지게 되었다고 이 문헌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    우팔리의 지율에는 온기가 있다

『법원주림』 제25권에는 우팔리 존자와 다른 비구스님과의 일화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기원정사 북쪽에 머물러 있던 어떤 스님이 병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6년이 지나도록 병이 낫지 않아 고생하고 있자 우팔리 존자가 병문안을 갔습니다.

“얼마나 아프십니까?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

병고에 시달리던 스님은 입을 열려다 멈칫했습니다. 분명 자신의 병을 낫게 하는데 필요한 무엇인가를 말하려다 망설이는 눈치입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대답하지요.

“부처님 가르침을 어기는 일이라 차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우팔리 존자는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말씀하십시오.”

스님은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술을 다섯 되만 마시면 이 병이 나을 것입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는 출재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가장 기본적인 계입니다. 그런데 병을 고치는데 술이 필요하다고 이 스님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계제일, 지율제일인 우팔리 존자는 어떻게 대답할까요? 당연히 한 마디로 “절대로 안 됩니다”라고 거절할 것 같지만 우팔리 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스승이신 부처님께 가서 여쭙겠습니다.”

그리고 한달음에 부처님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여쭈었지요.

“어떤 스님이 병이 났는데 술이 약이라고 합니다. 이럴 때 술을 먹어도 괜찮겠습니까?”

부처님은 대답하십니다.

“내가 법을 제정한 것은 병으로 고생하는 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번뇌라는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해 법을 제정하셨고, 사람들은 그 법을 따르기 위해 건강한 몸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몸에 병이 생겼다면, 이 또한 시급히 고쳐야 하겠지요. 그래야 수행을 온전하게 해낼 수 있으니까요. 우팔리 존자는 부처님의 말씀에 담긴 뜻을 헤아렸습니다. 그래서 술을 구해 병든 스님에게 주었고, 스님은 오랜 병을 털고 일어났습니다. 병석에서 일어난 스님에게 우팔리 존자는 법문을 들려주었고, 스님은 이내 아라한이라는 가장 높은 성자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이런 사연을 들으신 부처님께서 우팔리 존자를 불러 찬탄하셨지요.

“그대가 내게 계율에 관해 물어서 그 비구의 병을 낫게 하였고, 도를 얻게까지 했구나. 그대가 아니었다면 그 비구는 병으로 목숨을 마치고 삼악도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대는 계율을 참으로 잘 지켰다. 그러므로 계율을 그대에게 부탁하니 실수가 없도록 하라.”

『법원주림』에서는 이 일을 사미와 속인에게는 말하지 말 것이며, 이 일이 전례가 되어 행여 술 마시는 일이 예사롭게 벌어지지 않도록 잘 헤아려야 한다는 당부도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연을 듣고서도 일의 전말을 다 살피기보다는 “거봐, 술 마셔도 된다잖아. 지율제일이라는 우팔리 존자도 스님한테 병 나으라고 술을 가져다주었다고 하잖아”라면서 ‘술을 마셔도 된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은 엄격하게 계율을 제정하고, 사안에 따라 탄력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시면서도 늘 이런 점이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율을 지키고 이해하는 데에 으뜸가는 우팔리 존자라지만, 그의 지율持律은 이렇게 따뜻했습니다. 일단 병을 고쳐야 할 것이요, 병을 고친 뒤에는 그 사람을 성자로 인도했으니 술의 마력에 절대로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부처님에게서 “지율제일 우팔리”라는 찬탄을 들을 만합니다.    

                                                                        

이미령
불광불교대학 전임교수이며 불교칼럼리스트이다. 동국대 역경위원을 지냈다. 현재 YTN라디오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과 BBS 불교방송에서 ‘경전의 숲을 거닐다’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불교서적읽기 모임인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간경 수행 입문』, 『붓다 한 말씀』,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등이 있다.

이미령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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