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에세이] 새로운 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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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 새로운 시간을 위하여
  • 김택근
  • 승인 2019.01.03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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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은 새해를 맞는 설렘보다 진하다. 지난 시간을 뒤적이는 한 해의 끝은 아릿하다. 돌아가 다시 피가 돌게 할 수 없는 시간들.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동여매어 어딘가에 묻고 새해 속으로 들어간다. 누가 이렇듯 지난 시간을 묻고 새로운 시간을 받아들일 생각을 했을까. 누가 시간을 토막 내기 시작했을까.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시간과 불이었다. 한 시간, 한 나절, 하루, 한 달, 일 년, 십 년, 백 년…. 보이지 않는 시간을 토막 내고, 시간마다에 이름을 붙였다. 우리는 지금 연年이라는 단위의 마지막에 모여 있다. 우리가 빠져나오면 곧바로 박제가 되는 시간들. 내가 들어 있었지만 결국 내가 빠져나왔다. 그래서 내가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시간들.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얼마나 위험했던가. 

시간을 발명했지만 인류는 오래전부터 시간의 지배를 받아왔다. 시간은 흐를수록 인간을 더욱 강하게 옥죄었다. 나약해진 현대인들은 시간에 호소하고, 시간에 경배하고 있다. 우리에게 빠름은 줄곧 최고의 미덕이었다. 너나없이 달렸다. 하지만 인류가 속도를 숭배할수록 그 스피드는 공포였다. 뒤처지면 세상에서 낙오할 것이라는 생각이 모든 것을 삼켰다. 그 빠름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달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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