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한 동물 식물]대나무와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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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한 동물 식물]대나무와 다람쥐
  • 심재관
  • 승인 2018.11.23 16: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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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의 상징 대나무와 정진의 상징 다람쥐
왕사성 죽림정사의 대나무들. 그러나 이 죽림정사의 위치는 현대에 추정되어 재건립된 것이며, 대나무 역시 조림된 것이다.

대나무

부처님 당시에도 대나무는 유용한 나무였음이 틀림없다. 그릇과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꽤 많은 생활용품들도 대나무로 제작되었다. 경전 속에는 승려들이 의복을 수선하기 위해 바늘을 썼는데, 철바늘이 아니라 대나무 바늘을 썼던 흔적이 보인다. 당연히 대나무는 당시 건축 용도로 가장 많이 썼던 나무로, 높은 석조 건축물을 짓거나 석굴을 굴착할 때 작업용 비계로 많이 사용되었다. 일시적인 용도로 가건물을 짓거나 기둥이나 지붕을 올릴 때도 사용하였다. 이러한 건축 용도 외에 고대 인도인들의 성생활에 대나무가 사용되기도 했는데, 대나무 마디마다 생기는 얇은 막을 이용해 당시의 콘돔을 대신하기도 했다. 율전에는 승려들이 이것을 사용하는 경우를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는데 꽤나 구체적인 경우들을 열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금지 조항은 오히려 당대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승려사회에서도 문제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건축자재에서 소소한 생활용품까지 대나무를 이용해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도 불경에는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이는 대나무가 고대 인도의 일상생활에서 꽤나 유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전 속에는 고대 인도에서 대나무를 조림했던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처님이 활약하던 왕사성, 지금의 북인도 비하르Bihar 지역의 여름은 매우 뜨겁다. 고대의 수행자들도 뜨거운 열기를 피해 숲속의 그늘로 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혹서기 때는 비 한 방울 오지 않는다. 이 열기를 유일하게 막아줄 수 있는 것은 나무 그늘 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고대 인도 사람들은 대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곤 했다. 그리고는 베누바나Ven.uvana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다. 대나무 숲이라는 뜻이다. 왕들과 부호들은 수행자들을 위해 숲을 조성하거나 그곳에 건물을 지어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불교 최초의 승원이었던 죽림정사竹林精舍는 빔비사라Bimbisāra 왕이 부처님에게 보시한 땅에 마련되었다. 빔비사라 왕이 부처님을 만난 것은 아직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전이었다. 그때 수행자로서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빔비사라 왕은 깨달은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었다. 부처님은 마치 그 약속에 답하듯이,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으로 마가다국의 수도인 라자그리하Rājagr.iha를 방문했던 것이다.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이 마침내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우루벨라의 현자 가섭과 그의 형제들까지 제자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그는 왕실로 부처님을 초대한 후에 그가 편안히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었다. 부처님은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좋으며, 낮에는 번잡하지 않고 밤에는 소음이 없는 곳, 그래서 세속의 일들을 멀리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말씀하셨다. 그러한 곳으로 빔비사라 왕이 택한 곳이 바로 죽림정사의 자리였다. 그는 이곳에 대나무를 심어 공원(ārāma)을 조성하였고, 이름을 죽림정사라 했던 것이다. 이 죽림정사는 부처님이 하안거를 지내며 숱한 『아함경』과 율전들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며, 사리불이나 목건련과 같은 그의 천재적인 제자들이 처음 부처님께 귀의했던 곳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불교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그렇지만 팔리 경전이나 산스크리트 경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 대나무 숲에는 특별한 별칭이 붙어있다. ‘칼란다카kalandaka’ 또는 ‘카란다카karan.d.aka’라는 이름이다. 수많은 한역경전은 이를 단순히 음역하여 가란타迦蘭陀라고만 옮기고 있다. 그래서 경전에는 “한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원에 계실 때(一時佛住王舍城迦蘭陀竹園)”라고 경전을 시작하고 있다. 사실 칼란다카 뒤에 한 단어가 더 붙는데, 니바파nivāpa가 그것이다. 이는 먹이 또는 공양물을 뜻한다. 그러니까 죽림정사는 ‘칼란다카에게 먹이 주는 곳’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전의 시작은 “한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원, 즉 칼란다카 먹이 터에 계실 때에” 정도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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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2018-12-20 14:47:5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또 배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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