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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30년 전통의 거제불교 거사림회이제 거사의 시대를 열다

이제 거사의 시대를 열다

지혜를 실천하는 우바새, 거사居士. 우리는 절에서 만난 남성 불자를 거사라 부릅니다. 이제는 거사들이 활약할 때입니다. 우리 지역 사회에서, 사중에서 오랜 시간 기운차게 활약하고 있는 거사들의 모임을 찾아가 봅니다. 이들은 사찰에서 만난, 법으로 맺어진 형제들이었습니다. 거사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사중의 울력을 도맡기도 하고, 손이 필요한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며, 자신의 신행생활을 이어나가면서도 형제 도반과 속 깊은 신행 이야기를 나눕니다. 거사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멋진 거사들을 만났습니다. 

01    한마음선원 법형제회  조혜영
02    부산 마하사 거사림회  김우진
03    대구 정법회 거사림  김우진
04    군포 정각사 거사회  김우진
05    서울 옥천암 거사회  유윤정
06    거제불교거사림  김우진

사진 : 최배문

삶의 터전 속에서 피어나는 신심과 우정    

하늘에는 구름도 적었다. 푸른빛 하늘이 머리 위에서부터 지평선까지 이어진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도 푸른빛은 끝이 없다. 바다다. 고층의 아파트를 여러 채 합친 것만큼 거대한 쇳덩이 안으로 사람들이 드나든다. 거제의 앞바다는 그렇다. 푸른 자연과 인공의 산물이 함께한다. 막 점심이 지난 시간, 거제불교거사림회를 찾았다. 

 

|    같이 살자

거제불교거사림회는 올해로 30년을 맞이했다. 1988년 10월,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거사들이 신심을 모아 자발적으로 재가불자 모임을 만든 것이다. 거제의 특성상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거제불교거사림회도 창립 당시 회원의 90퍼센트가 조선소에서 일했다. 

“거제에는 대기업 두 곳이 들어와 조선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도 거제 총 가구 수의 절반 정도가 대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호황이었던 과거에는 더 많았죠. 저를 포함해서 거제불교거사림회의 회원들 중에도 꽤 많습니다.”

최효국 회장이 거사림회에 들어오게 된 것도 동료 직원을 따라 왔다고 한다. 조선소에 일하면서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들어왔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초기에는 함께 모일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거제의 사찰을 옮겨 다니며 모임을 갖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한 회원의 가정집에 모여 함께 법회를 보았다. 부처님을 향한 신심을 쌓으며 신행을 해나가던 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둘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항시 이용할 수 있는 지금의 거제불교거사림회관을 매입했다.

거사림회는 이 공간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법회를 연다. 첫째 주, 셋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법회를 진행한다. 그런데 법회가 끝나는 시간이 오후 3시다. 일반적인 법회 시간보다 장시간 법회를 보는 것이 의아해 정기 법회 때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물었다. 

“저희도 예불은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면 끝납니다. 다만 법회가 있는 날이면 예불 후에 봉사를 가요. 예불 따로 봉사 따로 하면 번거롭기도 하고, 이왕 모였을 때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최 회장이 거사림회 봉사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주 모임 때는 거리 청소와 환경 정화 작업을 한다. 회관 주변을 돌며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고 거리가 깨끗해 보이도록 정화 작업을 한다. 또한 인근 바닷가로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들을 치우며 지역을 더 깨끗하고 살기 좋게 만든다. 

셋째 주에는 중증장애인 요양 시설인 반야원으로 봉사를 나간다. 예불을 마치고 거사림회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반야원으로 향해 요양 시설 내부 청소와 외부 화단 정리, 텃밭 가꾸기, 주방 보조 등 다양한 부분에 도움을 준다. 반야원의 경우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매달 20여 명 이상의 회원들이 함께 찾아간다. 반야원으로 가는 날에는 봉사와 함께 일정 금액의 기부금도 내고 있다.

사진제공:거제불교거사림회

|    우리가 함께하는 가치

거제불교거사림회에서는 정기 법회 이외에도 매주 화요법회도 진행한다. 12월에서 2월까지는 일반적인 예불을 드리고, 3월에서 11월 중에는 불교 교양 대학 강의를 연다. 불교의 기초 교리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저희는 회원들만 모여서 활동하지 않고, 불자라면 누구나 저희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거사림회에서 주관하는 사찰 순례에는 저희 회원이 반 정도 참석하고 거제시의 불자들이 반 정도 참석해서 평균 80~100명 정도가 움직여요.”

최 회장은 부처님 말씀 따라 좋은 것들을 나눈다고 했다. 거사림회 활동은 거사림회 회원들이 단체 운영과 행사 주체로 활동하고, 참여는 거제 주민 모두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10월에 열리는 거사림회 창립법회 때는 시민대법회의 형식으로 거제시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큰스님께 좋은 말씀을 청하며 법문을 듣는다. 거사림회는 연회장이나 대강당 같이 큰 공간을 빌려 사람들을 안내하고 함께 법회를 준비한다. 회원들도 결국 지역주민이다 보니 마을 공동과 함께 상생하며 좋은 기회를 나누자는 취지다.

거제의 특성상 기업과 마을은 공생한다. 거사림회도 그렇다. 마을과 함께하며 기업과 소통한다. 기업의 사고 노동자 위령재에 참석하여 기도를 올리며, 마을의 불우이웃을 돕는다. 홍보를 할 때도 마을에 현수막을 걸고, 기업 내 공지란에 홍보 글을 붙인다. 부처님 법을 전하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산다. 노동과 신행, 삶과 수행을 둘로 보지 않고 선한 일을 행한다. 그렇게 30년. 함께하는 거사들은 같은 가치관을 갖고 서로를 의지하는 도반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에서 만나는 인연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서 등을 맞대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 거사림회 사람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 기쁜 일, 슬픈 일 같이 시다림도 하고 부처님 가르침 전하며 서로의 마음 단단하게 붙잡아 줍니다.” 

최 회장은 자신의 마음이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했다. 동질감이라는 것이 진득하게 묻어 있기에 다른 모임보다 거사림회가 장수하는 비결이란다.

거제불교거사림회에 현재 정기 등록된 회원은 200여 명이다. 법회에 자주 참석하는 인원만 해도 50여 명. 과거 잠깐씩 스쳤던 인원까지 더하면 천이라는 숫자는 훌쩍 넘는다. 그 많은 인연을 하나로 묶은 것은 역시나 ‘불교’다.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고 행하는 그 신심이 지금의 거사림회가 존재하는 동력입니다. 다가오는 30주년 행사를 잘 준비하고, 앞으로도 자발적인 거사들의 재가불자 모임으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우진  kimwj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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