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암 성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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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 성철 스님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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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잊을 수 없는 사람

가을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훌쩍, 어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으로, 코스모스가 활짝 핀 들길을 따라 마냥 걸어 보고도 싶다. 굳이 유행가의 가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인생은 나그네길이 아닌가. 빈손으로 왔다 가는 것, 정도 미련도 두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엊그제는 창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나의 주위에서 인연을 맺고 세상에 함께 살다가 저 세상으로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하였다. 어머니, 스승님, 친지 등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나의 주위에서 떠나고 없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친하게 지냈던 동창생 근수는 간암으로 부인과 아이들을 두고 떠났다. 청소년시절 나와 늘 함께 다니던 그는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꼭 나를 한번 보고 싶어 했단다. 그는 그때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해 여름, 나는 어머님의 병환소식을 듣고 독일 땅에서 날아왔었다. 어머님은 끝내 세상을 떠나셨고, 그해 가을의 푸른하늘이 그렇게 무겁게만 보였었다. 어머님은 자신이 암으로 오래 사실 수 없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신 채 그 고생을 하시면서, 죽음이 마치 다른 사람들의 얘기인 줄 알고 계셨다. 나는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어머님께 조용히, 그리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 엄마,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사실 수가 없노라고. 암이란 병에 걸리셨으니 생에 미련을 두지 마시고 마음의 정리를 하시라고, 그리고 이튿날 어머님은 눈을 감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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