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이노베이션 |
현대인들은 지금 내면을 찾는 여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상은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명상은 이제 종교뿐 아니라 TV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하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TV프로그램에서는 ‘명상랩퍼’가 랩을 하고, KAIST에서는 ‘명상과학연구소’가 설립돼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의학 및 심리학에서 명상에 대한 연구는 진작부터 활발했습니다. 명상의 시대가 왔습니다. 명상 이노베이션이라 할 정도입니다. 나를 알아차려 내면을 재구성하는 힘, 고요한 혁명, 명상. 명상을 함께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01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병원법당 유윤정 |
몸을 낫게 하는 의사가 되는 법
“마음의 목소리로 ‘심장아 고맙다’ 하고 말을 건네주세요. 그러면서 내 마음은 어떤지 알아차려 봅니다. 이번에는 갈비뼈 밑 넓은 나뭇잎처럼 있는 폐를 상상해보세요. 숨을 들이쉬면 부풀어 오르고 내뱉으면 가라앉습니다. 폐에게도 고맙다, 이야기를 건네주세요. 토닥토닥 쓰다듬어주셔도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다음은….” 좌복 두 개를 붙여 그 위에 몸을 길게 늘려 누운 이들이 스님의 리드에 따라 몸의 감각을 느껴보고, 천천히 몸을 움직여본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5층 병원법당에서 펼쳐지는 환자를 위한 명상 프로그램 중 하나, 소마 몸 움직임 명상 시간이다.
| 마음챙김은 어떤 자세든 상관이 없다
“아프기 전에는 잘 모릅니다. 지금 내 마음이 굳건해도 입원 환자가 되어보면 마음이 굉장히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약해진다는 게 현실이에요. 몸과 마음은 같이 움직입니다. 마음을 다잡으면 몸도 건강해집니다.”
병원법당 지도법사 덕유 스님은 병원에 명상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5층 병원법당. 이곳에서는 환자를 위한 명상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명상 치유요가’와, 매주 월요일 오후 4시에 시작하는 ‘소마 움직임 명상’이 그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오래 앉아있는 자세가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몸 명상으로, 환자의 컨디션에 맞추어 부담 없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치유요가학을 전공한 정현진 강사와 소마명상여행을 지도하는 조계종 교육아사리 재마 스님이 각각 맡아 지도한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중에 가장 많이 일어나는 감정은 불안감입니다. 그 불안감은 안 아픈 사람도 아프게 만들어요. 예를 들어 실제로 내가 아프지 않더라도 링거를 꽂고 누워있으면 온몸이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가 팔이 아파서 누워있는데, 허리, 심장 등 온 데가 다 아픈 거 같아요. 그래서 더 불안감으로부터 마음을 챙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덕유 스님은 불안감이 심해지면 공포가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술 환자는 수술에서 깨어날 때 굉장한 추위를 느낀다. 건강할 때 느끼는 체감 온도와 몸이 아플 때 체감 온도가 확연히 다른 것도 있지만, 내 마음의 심리상태, 공포감이 내 몸을 더욱 떨게 한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마음에 집중을 반복해보면 여러 가지 어두운 감정으로부터 내 마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 알아차림은 행주좌와 어떤 자세든 상관이 없어요. 링거가 꽂혀있어도, 침상에 누워있어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법당에서 진행되는 명상은 휠체어를 타더라도 가능하며, 일상생활에 돌아가서도 할 수 있도록 스님과 강사선생님이 지도해 주십니다.”
덕유 스님은 병원이라는 특성상 몸이 아파 입원을 했다는 점 때문에 처음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어렵지만, 참여해본 사람은 퇴원 후에도 외래진료에 맞춰 찾아온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최근에는 환자 한 분이 꾸준히 명상치유요가에 참가하면서 불면증이 사라졌다고 전해왔다. 명상으로 자신의 심리적 요인을 스스로 살피고 안정을 찾은 것이다.
| 잊어버린 근육의 기억을 떠올려라
“천천히 몸에 집중해보니 어떠셨어요? 지금 몸의 감각은, 마음 감정은 어떠세요?”
몸 움직임 명상을 마친 재마 스님은 둥글게 모여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서로를 마주 본 참가자들과 한 명 한 명 눈 마주치며 물었다. 김복순(79) 씨는 자신의 두 딸에게도 명상을 알려주고 싶어 두 딸과 함께 손을 잡고 법당에 왔다고 했다.
“처음에 움직임 명상을 하고 가니 몸이 정말 가뿐했습니다. 집에 가려면 20분이 걸리는데 그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고 기분이 좋은지요. 저는 이곳에 일주일에 두 번 침 맞으러 오는데, 일부러 시간 맞춰서 와요. 오늘도 맞춰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와요. 마음도 편안해지고요. 그래서 두 딸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함께 온 김혜영(50) 씨는 명상은 오늘이 처음이었지만, 좀 더 차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침을 맞을 땐 별별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스님 차분한 목소리로 따라 하니까 잡생각이 안 들고 몸을 느끼게 됐어요. 안 쓰던 곳을 움직이려니 조금 어려웠는데요, 지금은 척추가 마디마디 곧게 늘어난 느낌입니다. 갱년기 증상에 얼굴에 열감이 있었는데, 몸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 가라앉은 느낌이에요. 가슴도 편안해지고요.”
교대 시간에 맞춰 몸 움직임 명상에 참가한 오의진(58) 간호사는 “첫날 명상을 하고서는 신발에 발이 쑥 들어갈 정도로 가뿐해졌는데, 오늘은 마치 몸이 없는 것 같이 텅 빈 느낌이 들 정도”라고 소감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병동으로 돌아갔다.
“환자나 가족, 직원들 모두, 자신의 몸에 대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지 못해요. 움직임 명상은 자기를 돌보는 방식의 명상입니다. 우리는 늘 쓰는 근육만 쓰죠. 그 움직임이 습관이 되고 체형이 만들어집니다. 움직이지 않는 곳은 노화합니다. 노화란 감각・운동신경이 그 움직임의 기억을 상실하는 것이에요. 명상으로 알아차리면서 근육의 기억을 찾아주는 것이죠. 잊어버린 기억을 깨워 움직임을 활성화시키면, 에너지 순환이 잘 되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움직임 명상을 지도하는 재마 스님의 설명처럼, 실제로 명상은 진통제를 먹는 것만큼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연구결과로 입증됐다. 해외에서는 명상을 대체의학으로 보고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곳도 있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병원법당에서 마련된 명상은 몸과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치료약이었다. 덕유 스님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법당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전했다. 고통의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 명상에 있었다.
“환자들이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으로는 약과 주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이 건강해져야 몸도 건강해집니다. 마음챙김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내 몸과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명상, 명상은 나 스스로가 의사가 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