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불교개론 ] 불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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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불교개론 ] 불교의 시작
  • 장휘옥, 김사업
  • 승인 2018.06.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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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苦에 대한 사무친 자각

안녕하세요. 1992년 10월에 『불교학개론 강의실 J301』을 펴낸 장휘옥입니다. 이 책을 집필할 당시는 대학을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이라 부르던 말이 살아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교정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얼룩진 부분도 있었지만, 교양으로 철학이나 종교 등 인문학 관련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개똥철학(?)을 논하며 젊음의 열정을 발산하곤 했습니다.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에서 불교개론은 교양 필수과목이었습니다. 강의를 맡았던 저는 불교개론이라는 생소한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학생들이 ‘불교에 대한 저항감을 불식하고, 올바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기를 원했으므로, 불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강의한 노트를 정리해서 출판한 것이 『불교학개론 강의실 J301』입니다.     

 

그 후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20세기라는 거대한 한 세기를 넘기면서, 세기말에 나타나는 말세적 현상이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함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대망의 21세기는 그런 루머와는 상관없이 ‘변혁의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불교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변화는 물론, 불교에 관한 새로운 학설이 발표되면서 『불교학개론 강의실 J301』의 내용도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이 생겼습니다. 더구나 정보전달 매체의 급속한 발달로 인터넷에는 불교 지식의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제 지식 전달보다는 삶과 세계를 바로 보는 일척안一隻眼을 뜨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불교개론서의 핵심적 역할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불교학개론 강의실 J301』의 내용을 새롭게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마침 불광미디어의 요청이 있어, 이 시대에 맞는 개론을 집필하기로 했습니다. 불교가 표방하는 지혜와 자비를 바탕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삶의 고통에서 어떻게 하면 지혜롭고 자비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일 년 반 동안 연재한 내용을 한데 모으면 1권의 새로운 개론서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는『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의 저자 김사업과 공동집필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물이 점차 말라 가고 있는 웅덩이 속의 물고기들이 살려고 펄떡이며 

서로 부딪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애착에 몸부림치며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고타마 싯달타)는 어찌할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혔다.

세상은 이르는 곳 어디라도 견실하지 않다. 어느 쪽을 둘러보아도 무상無常하여 흔들리고 있다. 내가 안주할 곳을 찾아보았지만 죽음과 괴로움이 깃들지 않은 곳을 보지 못했다. (『숫타니파타』 936~937 게송)

|    싯달타 태자의 고뇌

생로병사의 고통, 이것을 참고 이겨 낸다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다.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 고개 숙이고 다니는 자식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흰머리에 주름살투성이인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도, 치매 걸린 노모가 금방 식사하고도 또 밥 달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평생을 함께했던 배우자가 화장장의 불길 속에서 한 줌 재로 바뀌는 것을 보는 것도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행복과 성공을 위해 애를 쓰고 또 애를 쓰지만, 좌절과 실패는 수시로 고개를 내민다. 하나의 마음속에 수많은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로, 내면은 생각들 간의 갈등으로 늘 들볶인다. 도대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은 몇이나 되는지. 수많은 상처 속에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행복을 위안 삼아 살아가고 있지만,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애를 태워야 할까.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념들을 왜 일부러 거론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있는 사실을 피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직시할 때 해결의 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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