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스님이 본 유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스승
상태바
[서산 스님이 본 유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스승
  • 권서용
  • 승인 2018.04.05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이 거울이자 스승이다

생각이 일어나면 곧 어그러진다. 여기서 ‘생각’은 허망한 생각(妄念)이며, ‘어그러진다’는 죄를 범한다는 것이다. ‘허망한 생각’은 본래 없는데 있다고 하는 생각이요, 둘이 아닌데 둘이라는 생각이다. 가령 천국이나 사랑의 경우, 본래 없는데 있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거기에 가려고, 그것을 얻으려고 목숨을 건다. 이렇게 본래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여 목숨을 거는 것을 우리는 죄를 범한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부처와 중생, 하느님과 인간, 아름다움과 추함 등은 둘이 아닌데 둘이라는 생각 때문에 전자는 보존하고 지향해야 할 선이고, 후자는 배제하고 폐기해야 할 악 그 자체가 된다. 하지만 마음의 허령지각虛靈知覺 측면을 부처라 하고 무지몽매한 측면을 중생이라 부르듯, 강하고 지혜로운 측면을 하느님이라 하고, 약하고 어리석은 측면을 인간이라 부르듯, 좋은 느낌을 아름다움으로 싫은 느낌을 추함으로 부르듯이, 이들은 마음이나 느낌의 두 측면을 나누어서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동념즉괴動念卽乖, 생각이 일어나면 곧 어그러진다

이렇게 둘이 아닌데 둘이라 생각하여 하나는 선이요, 다른 것은 악이라 하여 배제·제거하려고 목숨을 거는 것을 우리는 죄를 범한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을 해치고 죽이는 것은 크고 중한 죄인 반면 본래 없는 것을 있다고 보는 생각에서, 둘이 아닌데 둘이라는 생각에서 저지르는 행위는 미세한 죄이다. 하지만 모든 크고 중한 죄는 미세한 죄에서 일어난다. 요컨대 모든 크고 엄중한 범죄 행위는 결국 한 생각一念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서산은 생각(念)을 담고 있는 그릇인 마음(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을 놓으면 곧 정처 없이 떠돌며 돌아갈 곳이 없다.(11장) 마음은 반드시 잡아야 하며 뜻은 반드시 성실해야 한다. 말은 반드시 삼가야 하며 행동은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안과 밖을 함께 닦는 것이다.”(12장) 마음 놓는 것을 방심放心이라고 하고 마음잡는 것을 조심操心이라 한다.

방심하는 사람이 소인이라면 조심하는 사람은 군자이다. 군자는 “원만하고 온후하며, 포용하고 용납하며, 차분하고 침착한 마음을 지닌 광대한 기상의 소유자”(14장)라면, 소인은 “촉급하고 각박하며, 편협하고 협착하며, 경솔하고 조급한 마음을 지닌 유덕하지 못한 기상의 소유자”(15장)이다. 그렇다면 왜 소인들은 마음이 촉급·각박·편협·협착·경솔·조급해지는가? 그것은 사사로이 일어나는 욕심을 되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사사로이 일어나는 욕심을 되돌아보면 마음은 저절로 안정된다. 서산은 말한다. “사사로이 일어나는 욕심을 되돌아보면 마음은 고요해진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일은 저절로 간략해진다.”(16장) 어떤 일이 간략해지지 않고 복잡해지는 이유는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부단히 흔들리기 때문이고, 마음이 흔들리는 까닭은 사사로이 일어나는 욕심을 되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욕심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만족할 줄 모르는 데서 일어난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지위가 낮아도 또한 즐거워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하고 지위가 높아도 또한 근심한다.(49장) 편안할 줄 알면 영화(榮)이고, 만족할 줄 알면 부자(富)다.”(50장) 빈천과 부귀가 행복의 척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만족과 불만족이 행복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