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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님나무와 물소쓴맛을 통해 나쁜 기운 물리치는 님나무, 죽음의 신이 타고다니던 물소

| 님나무

인도의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님나무다.

사원 주변이나 도로변에, 또는 폐사지나 성 터 옆에서 이 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거기서 뜨거운 햇볕에 지친 여행자를 잠시 달래줄 것이다. 몇 달씩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건조한 겨울 날씨와 사막같이 척박한 땅에서도 님나무는 잎을 키워 인간에게 그늘을 선사한다. 단연, 이님나무는 자신의 그림자를 포함하여 껍질과 열매, 나뭇잎과 뿌리를 포함한 나무 전체를 인간에게 내어주는, 아마도 가장 유용한 인도의 나무일 것이다. 피팔(아슈바타)과 반얀을 포함해 인도의 3대 나무를 꼽으라면 바로 이 나무가 될 것이다.

일단 이 나무의 잎을 깨물어보면 씁쓸한 맛에 고개를 흔들 것이다. 인도 할머니들은 아직도 님나무 잎을 끓여서 수시로 차로 마시곤 하는데, 젊은 청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레몬즙이나 꿀을 섞어서 주지 않으면 속이 뒤집힐 것같은 쓴맛이 몸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님나무 차는 몸에 좋지만 그렇게 씁쓸하다.

님나무가 얼마나 쓰던지, 옛 경전에는 님나무의 이 쓴맛을 이용해 언젠가 스승 석가모니가 왕자를 계도한 이야기를 적어놓고 있다.

한때, 백성들로부터 성군의 칭송을 받던 왕에게는 늦게 낳은 왕자가 늘 고민이었다. 워낙 패악질이 심해서 신하들과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기 때문이다. 온갖 수단으로도 왕자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자 왕은 마지막으로 스승을 찾아가 그 방법을 묻게 된다. 석가모니는 왕에게 자신이 거처로 삼는 숲속으로 왕자를 보내도록 했다.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한 숲으로 들어온 왕자는 새로운 분위기에 순순히 적응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어느 날, 공양시간이 되자 스승 석가모니는 제자들을 시켜서 그 왕자에게 님나무 잎을 주게 했다. 처음 맛보는 쓴맛에 왕자는 길길이 날뛰었다. 쓴맛을 보고 화가 난 왕자는 함께온 왕궁의 시종들을 시켜서 숲에 있는 모든 님나무를 모두 뽑아버리라고 명했다. 그 일을 전해 들은 석가모니는 왕자에게 물었다.

“왜 숲속의 님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리라고한 것입니까?”

“이 님나무 잎은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쓰더군요. 그래서 모든 나무들을 뽑아버려야 할 것 같았어요. ”

“잎이 쓰면 뽑아버려야 한다고요?”

“사람들에게 기분 나쁜 쓴맛을 주는데 그냥둘 수가 있나요.”

“좋습니다. 왕자시여. 바로 그런 것과 같지요. 바로 왕자님이 이 님나무와 같은 존재지요. 본래 왕자님은 훌륭한 본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보여주기보다는 남들에게 아주 쓴맛을 주는 사람이지요. 왕과 그의 대신들, 그리고 백성들 모두에게 왕자님은 마치 쓴 님나무와 같은 존재랍니다. 그렇다고 왕자님을 이 숲속의 님나무처럼 뽑아버려도 될까요?”

왕자는 석가모니의 말에 자신의 과거 행동이 어떠했는가를 크게 깨우치게 된다. 후일 그는 선왕의 뒤를 이어 자비로운 왕으로 변모한다.

옛 인도사람들이 이 일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님나무 잎만을 식사 대용으로 먹었다기보다는 음식의 균을 제거하거나 소화를 돕기 위해 음식과 섞어 먹었을 것이다. 현대에도 님나무의 잎은 음식에 쓴 맛을 내거나 할 때 향신료처럼 이용한다.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건강을 위해 차로 마시기도 하고, 그 물을 식혀 그대로 피부병이 있는 부위에 사용하기도 한다. 님나무는 병충해나 항균과 방충의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거의 벌레가 먹지 않는다. 님나무 씨를 짜서 만든 기름은 거의 식품에 사용하지 않지만 의약품을 만들거나 천연살충제를 만드는 주요한 재료로 사용한다.

고대 인도사람들은 님나무의 이런 쓴 맛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데 적합한 효용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이 죽어 화장한 다음 집에 돌아올 때는 문지방을 넘기 전에 이 나뭇잎을 씹어서 죽은 자의 정령이 따라붙거나 사악한 기운이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기록은 주술적인 성격의 베다 주석서에 여러 번 등장한다. 이러한 고대의 관습은 님나무가 갖는 강력한 항생물질을 섭취하게 됨으로써 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얻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님나무를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용했던 방법은 양치질이었다. 현대 인도 에서도 도시 변두리나 시골에서는 아직도 님나무 가지를 꺾어서 양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당연히 경전 속에는 동일한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

석가모니 당시 경전에서는 이 이빨 닦는 나무를 단타카슈타danta-kāṣṭha 또는 탄다가슬타憚哆家瑟託 라고 불렀다. 번역하자면, 치목齒木 즉 이빨 닦는 나무를 말한다. 많은 경우 불경에서는 양지楊枝 라고 하여 이쑤시개 정도로 의역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확한 번역이 불가능했던 격의적格義的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치목은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칫솔과 치약의 기능을 다 가지고 있었던 것이 된다. 님나무 껍질에 많은 항생물 질이 치석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었다. 물론 양치 질에 쓰는 모든 나무가 님나무는 아니다. 현재도 바불나무(Acasia Arabica) 나 사포나무 (Streblus asper) 등은 님나무와 함께 칫솔 대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나무들이다. 빤잎 (씹는 담배) 으로 사용하는 베텔 덩굴도 치목으로 사용했다는 경전의 설명도 있다.

양치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새끼손가락보다 약간 더 가는 님나무 가지를 한 뼘보다 약간 길게 꺾어서 한쪽 끝의 껍질을 1-2센티 가량 벗긴 다음 돌로 찧거나 이빨로 자근자근 씹어서 부드럽게 만든다. 솔처럼 부드럽게 된 부분으로 이와 잇몸을 마사지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다 닦은 다음에는 나무를 반으로 쪼개서 혓바닥을 닦아내면더 깨끗하다. 불경에는 이 치목에 대한 규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비니모경毘尼母經』에 따르면, 치목의 크기는 네 치보다는 크고 여덟 치보다는 작은 것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의 경우는 이 치목으로 이를 닦을 경우 승려들이 얻게 되는 이익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눈이 밝아지고, 가래가 생기지 않으며, 입 냄새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맛을 느끼는 혀와 목구멍이 깨끗해져 음식 맛이 좋아진다고 적고 있다. 이 치목은 비구들이 지녀야할 열여덟 가지 물건 가운데 하나에 들어가는데, 수행자들이 옮겨 다니는 곳에 언제나 님나무 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전에 이를 미리 챙겨 휴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재가신자들이 승려들에게 양지를 보시하는 공덕을 말하는 대목이 경전 곳곳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승려들이 언제나 쉽게 얻을 수 있었다면 굳이 이를 보시하는 공덕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 물소

아이러니하게도 물소(Bubalus bubalis)는 고대 인도사회 뿐 아니라 현대에서도 암소나 황소보다 훨씬 열등한 위치에 놓인다. 이 동물은 소와 완전히 다른 동물로 취급되어 심지어 인도 일부지역과 네팔에서는 물소 고기가 쉽게 허용되기도 한다. 이 동물의 고기는 오래전 고대 인도의 법전에서도 허용하고 있었으며 이 동물의 우유도 활용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신들에게 물소의 머리를 잘라 피를 바치는 것을 상기하면 인도 내에서 이 동물의 신화학적 여정은 암소나 황소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밟았다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물소는 마히샤Mahiṣa라고 부르는데, 고대 인도신화에서 이 이름은 매우 유명한 악마의 이름이기도 하다. 힌두교의 천신들이이 악마를 물리치고자 수천 년간 투쟁했음에도 이를 물리칠 수 없자, 자신들의 온 힘을 결집시켜한 명의 여신을 탄생시킨다. 이 여신의 이름이 바로 두르가Durgā이다. 그러니까 이 여신은 남신들의 에너지의 총합이면서 이들이 극복할 수 없었던 악마의 화신 마히샤를 죽일 수 있었던 유일한 여신이었다. 두르가는 물소 악마 마히샤를 죽이고 세상을 구원한다.

이러한 신화를 배경으로, 현재에도 인도의 서벵골 지역이나 북동부, 네팔 지역 등에서는 여신이 물소 마왕 마히샤를 죽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9일간의 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 동안 수백 에서 수천 마리 물소들의 머리가 잘린다.

특이한 것은 이 물소가 죽음의 신 야마Yama가 타고 다니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야마는 염라閻羅라고 한문으로 음사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염라 대왕이 바로 이 죽음의 신 야마를 음사한 것이다. 염라대왕은 불교의 시왕十王 가운데 한 명이다. 이죽음의 신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신으로 베다 시대 이전으로 그 기원을 소급할 수 있다. 각설하고, 본래 힌두교의 신이었던 죽음의 신 야마는 불교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신이 본래는 물소를 타고 다녔지만, 불교 속으로 들어오면서, 특히 밀교에서 이 신은 아예 물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는 점이다. 왜 야마/염라가 물소의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 불교에서 각색한 신화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본래 염라는 성스러운 고행자로 50여 년간 동굴 속에서 쉼 없이 고행하고 있었으며 곧 깨달음에 도달할 운명이었다. 그런데 깨달음의 순간을 앞둔 그 시간에 두 명의 도적이 그 동굴로 숨어들어와 자신들이 훔친 물소의 머리를 잘랐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비행을 고행자가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도적들은 그 고행자의 머리도 함께 잘라버렸다. 고행자는 자신의 신통력으로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를 붙이고자 했으나 엉뚱하게도 그가 선택한 것은 물소의 머리통이었으며 그것이 몸에 붙기 전에는 자신의 머리가 본래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물소의 머리를 갖게 된 것에 분노한 고행자는 두 도적을 즉살했을 뿐 아니라 그 이후로 일반인까지 살해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 고행자의 모습 앞에 나타난 이가 바로 문수사리보살이었다. 문수사리보살은 그 고행자의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수없이 많은 팔과 머리를 한 야만타카의 모습으로 출현하여 그를 조복시킨다. 그리고 그 후로 그는 불교의 수호 자가 되기로 맹세한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물소의 형상을 한 염라와 문수사리의 결합이다. 야마가 밀교로 들어오면서 문헌이나 도상 속에서 특별히 문수보살의 동행자로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우주의 구석구석을 꿰뚫어 알고 있는 야마의 능력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심재관
동국대학교에서 고대 인도의 의례와 신화에 대한 연구로 석·박사를 마쳤으며, 산스크리트어와 고대 인도의 뿌라나 문헌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필사본과 금석문 연구를 포함해 인도 건축과 미술에도 관심을 확장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오스트리아, 파키스탄의 대학과 국제 필사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 뿌네의 반다르카 동양학연구소 회원이기도 하다. 저서 및 역서로는 『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 『세계의 창조 신화』, 『세계의 영웅 신화』, 『힌두 사원』, 『인도 사본학 개론』 등이 있다. 금강대학교 HK 연구교수, 상지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동국대학교와 상지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심재관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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