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견문록] 아남툽텐 린포체의 묵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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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견문록] 아남툽텐 린포체의 묵언 수행
  • 김영란
  • 승인 2018.01.02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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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묵언 수행을 다녀와서

|    스승을 만나면 늘 가슴이 뛴다

스승을 만나는 일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처럼 감탄스럽고, 푸르른 새벽 웅장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처럼 새로운 힘이 생기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두려운 마음도 든다. 안일하게 살아왔던 삶이 파열음을 내며 강렬하게 깨지고 에고ego로부터 벗어나려는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참 많이 변하긴 했구나.’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느낄 때가 있다. ‘오늘은 죽음을 앞둔 마지막 날’이라고 정하고 온전히 깨어있는 하루를 보낼 때이다. 마지막 날이라며 이별을 떠올리는 순간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는 아픔에 눈물이 나고, 미처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삶에 대한 아쉬움도 들고, 숨이 탁 멈추는 순간의 고통을 과연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그런 감정들과 생각에 저항하고 거부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집착이 덜해진 것은 바로 스승님들로부터 배운 것이다. 

이런 귀한 인연이 있을까 싶은 또 한 분의 스승과 6일간 묵언수행에 들어갔다. 숨 쉴 때 숨 쉬고 걸을 때 걷고 깨어있음을 통해 무한한 사랑과 자비, 지혜를 온전히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어떤 이들은 원한과 분노를 내려놓고, 어떤 이들은 사랑과 자비의 자량을 키우고, 어떤 이는 명상법을 좀 더 깊이 배웠다 한다. 어떤 것이든 소중한 체험이며 일상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주제로 집중명상 수행을 이끄는 분은 아남 툽텐 린포체. 린포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올해 6번째 방문하셨다. 수행 공동체인 ‘행복수업’ 상가sam.gha에서는 몇 년째 아남 툽텐 린포체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내년에는 묵묵히 조력자 역할을 해 왔던 ‘세첸코리아’에서 법회를 주관하기로 하였다. 상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승한 스승의 가르침이 널리 펼쳐지는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 

|    강에 빠져 있을 때는 강을 못 본다 

아남 툽텐 린포체는 티베트불교의 닝마파 수행자로 다르마타 재단(Dharmata Foundation)을 설립한 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50여 개의 다르마타 지부를 세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린포체와의 인연은 『알아차림의 기적』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첫 페이지에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읽고 어찌나 강렬하게 다가왔든지 꽤 오래도록 그 뜻을 되새기곤 했었다. 해마다 다른 주제로 법문을 하시지만, 특히 마음의 본성과 공성을 강조하신다. 알아차림과 자애심에 대한 법문은 쉬우면서도 너무나 깊어 늘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몇 년째 뵙는 린포체는 매년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고 염주나 단주도 하지 않는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은 가르침에서도 그러하다. 큰 소리를 내어 강조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마치 강물이 흐르는 듯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명상을 배우면서 들었던 말 중에 강에 빠져 있을 때는 강을 보지 못하고 강가로 나와야 강물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고통이라는 강물에 빠져 있을 때는 그 고통에 이끌려 고통을 알기 어렵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강가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린포체의 가르침은 강가로 나가게 한다. 법문을 듣다 보면 어느새 강가에 앉아 조금 전까지 깊이 빠져 허우적대던 강물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오롯이 존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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