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보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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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서 보낸 여름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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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나의 피서법

사람의 행위는 세월에 따라 변하게 되어 있는가 보다.

나는 학창시절에는 단짝 친구 셋이서 배낭을 메고 명산 대찰을 찾아 화두를 얻고 또한 사색의 그늘에서 인생을 음미하며 여름을 났다. 하지만 교편을 잡고 부터는 꾀병이라도 앓고 싶을 정도로 어찌나 바쁜지…. 그리고 왜 또 시간은 그리 빨리 가는지 어느새 방학인가 하면 금방 개학이다. 마치 시간에 떠 밀려서 사는 것 같다.

그 때 시작한 것이 붓글씨!

보드랍게 갈리며 퍼지는 묵향은 사람의 심성을 부드럽게 해준다. 하얀 화선지에 용트림하며 퍼지는 한 획 한 획은 공자님도 되고, 석가 부처님도 된다. 어쩌다 소낙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그 빗소리 속에 옛날 선비들이 글 공부하던 낭낭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고 어느 결엔 고고한 훈장 선생님의 가르침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수천 시간의 영겁을 넘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바쁜 와중에 붓글씨는 어쩌면 호강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주부도 되어야 하고, 선생님도 되어야 하고, 엄마도 되어야 하고 또 무엇도 되어야 하고 도대체 한몸이 손오공 분신하듯 때에 맞추어 수없이 변신해야 한다. 이처럼 변하무쌍한 생활중에 다행한 일이 시댁이 서해안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이라는 점이다. 남편을 따라 신혼여행길에 어른들 인사차 가본 때부터 그 뛰어난 경관에 반하여 매년 여름이면, 친정에는 시댁 문안차 간다고 둘러대고 떠나는 곳이 바로 시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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