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덕 칼럼
전쟁의 상처 얘기는 더 계속된다.
광릉(光陵) 임업시험장 잣나무 숲에서 일제 때 전쟁 통에 입은 상처로 제 수명을 다 못 살고 허리가부러져 쓰러진 나무들을 보고 온 날 밤, 나는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제 때의 쓰라렸던 기억들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김 목수와 삼(蔘)밭 아저씨가 나무 심는 일로 우리 집에 왔다. 나는 어제 본 잣나무숲 얘기를 했다. 삼밭 아저씨 말로는 여기 임업시험장 나무는 키가 아무리 미끈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목질이 좋지 않아 목재감으로 단단치 못하다는 얘긴데 내 듣기에 전쟁으로 골병든 나무라는 느낌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김 목수의 얘기였다. 임업시험장 나무는 6.25전쟁 때 다른 격전지(激戰地)의 나무도 다 그렇지만 나무 속에 탄환이 박혀있어서 목재로 못쓴다는 것이었다. 금속 탐지기로 검지시험을 하기도 하지만 제재(製材)하는 과정에서 그 탄환이 전기톱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데 임야는 전소(全燒)해 버려서 전쟁 훨신 뒤에 식목을 했으니 나무가 어리고, 전쟁에 타지 않은 임야의 나무들은 모두 이 모양으로 골병이 들었으니 지금 쓸만한 목재의 90% 이상이 수입목이라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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