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경영] 기업은 부도를 넘어 불멸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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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경영] 기업은 부도를 넘어 불멸을 지향한다
  • 이언오
  • 승인 2017.08.01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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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는 기업인에게 벼랑 끝 고통을 유발  

MS코프는 부산에 있는 산업용 가스 회사이다. 창업자 전원태 회장은 1973년 25세 때 부친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혀서 사업을 시작했다. 몇 년 뒤 큰 폭발사고가 나서 직원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원가를 절감하려고 사람을 줄인 결과 관리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처음으로 사업이 망하는 경험을 했다. 이후 공장에서 숙식하며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 배가 고파 일찍 눈이 떠지기 때문이었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고민하고 돈을 빌리러 다녔다. 

1983년 다시 부도가 났다.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다가 죽지 않고 병신만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통영의 한 무인도에 들어가 40일간 혼자 지냈다. 말문을 닫고 생쌀을 씹으면서 버텼다. 그러다 하루는 종일 눈물이 흘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야 이놈아, 네가 바보냐!”라며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려 그곳에 와 있는 이유를 생각했다. 대학노트 세 권 분량의 반성문을 내리 써 내려갔다.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었다.

전 회장은 두 차례 부도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지금은 7개 계열사에, 직원 340명, 매출 1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회사가 안정되고 난 후에 부인이 물었다. “당신, 사업에 중독된 것 같다. 공장해서 뭐 할 건데?”라고. ‘10년은 먹고살려고, 10년은 떼돈 벌어보자고, 다음 10년은 남에게 지기 싫어’ 사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처럼 부도가 나서 고통받는 기업인들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2011년 20억 원을 출연해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설립하고 통영 죽도에 연수원을 마련했다. 그의 좌우명은 ‘허밀청원虛密淸圓, 비워서 맑은 원을 채운다.’ 지극히 불교적이다. 

전 회장의 부도·재기 경험이 연수원 교육방식에 녹아있다. 배가 고파야 정신을 차린다고 하며 저녁밥을 주지 않는다. 해안 절벽 위 텐트에서 자게 해 고독 속에서 자신과 싸우도록 한다. 명상 등 마음 닦기를 강조하며 경영기법은 아주 조금만 가르친다. 지금까지 320명이 교육을 마쳤고 그중 200명이 재창업을 했다. 재기에 성공한 수료생들이 펀드를 조성해서 후배들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은 매 순간 생존을 놓고 사투를 벌인다. 경쟁에서 지면 적자가 나고 누적되면 부도로 내몰린다. 부도 기업들 중 극소수만이 재기에 성공한다. 부도의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할 수 없다. 자살을 택하거나 그 직전까지 가는 기업인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인은 고통 속에 살아야 하고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부처님은 생로병사 고통을 직시하고서 출가를 하셨다. 죽음을 해탈하는 깨달음을 얻어 치유의 길을 보여주셨다. 이 순간 수행자들은 생사일대사 화두를 들고 용맹정진 중이다. 불법은 죽음의 관점에서 고통을 바라보라 하고 실천 해법을 제시한다. 팔정도는 죽음에 대한 정견, 죽음에서 불퇴전하는 정정진, 죽음을 넘어선 적극적 정명을 가르친다. 불교가 기업 부도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앞장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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