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아비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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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아비의 유산
  • 성재헌
  • 승인 2017.08.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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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들 라훌라에게 출가를 권한 붓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붓다에게 청하여 유산을 받으라고 라훌라에게 지시하는 야소다라. 아잔타 석굴ⓒ불광미디어

붓다의 삶에서 손꼽을 만한 가슴 찡한 장면도 나이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한때는 수많은 이들을 고뇌의 늪에서 건져준 위대한 교화력에 감동했었고, 또 한때는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탁월한 지혜에 감동했었고, 또 한때는 세밀한 배려와 성숙한 인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다 보니, 이젠 아니다. 지금은 나와 너무나 달랐던 붓다의 인성과 능력을 부러워하기보다는 그 역시 나와 다름없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대목에서 가슴이 저려온다. 그중 하나가 라훌라의 출가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유지시켜온 핵심세력은 출가자들로 구성된 비구, 비구니 승가였다. 출가자가 되어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 가운데 첫 번째가 가정이다. 출가자는 배우자와 자식을 갖지 못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가야 했다. 이는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께서 제정하신 계율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정작 그 계율을 만드신 붓다에게는 역설적이게도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가 바로 라훌라羅睺羅이다.

라훌라가 태어난 지 7일, 카필라 성문을 나서던 싯다르타에게 미안함이라는 짐을 지운 사람들 중 가장 큰 짐을 지운 자는 누구였을까? 깨달음을 얻은 후 삽시간에 인도의 유명인사로 부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사신을 보내 고향으로 그를 불렀을 때, 그리움으로 그의 뇌리를 스쳤을 첫 번째 인물은 누구였을까? 아버지 정반왕이었을까? 길러주신 어머니 마하파자파티였을까? 매정하게 떠난 남편 때문에 가슴이 멍울진 아내 야소다라였을까? 우다이의 끈질긴 부탁에 귀향歸鄕을 결정했을 때, 붓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을 첫 번째 인물은 누구였을까? 아마 눈빛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하고 이별한 아들 라훌라였을 것이다. 그게 아비의 심정이다.

아무리 존재의 실상을 확연히 통찰해 모든 집착을 남김없이 끊었던 붓다라 해도 자신의 아들을 다시 만난 순간 아마 예상치 못했던 감정들이 요동쳤을 것이다. 그런 아비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을 것으로 짐작되는 사건이 고향 방문을 마치고 떠날 무렵에 일어났다.

그 사건은 바로 아들 라훌라의 출가이다. 라훌라의 출가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율장律藏과 불전佛傳에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중 『사분율四分律』과 『오분율五分律』에 수록된 말씀을 바탕으로 당시의 장면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 후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정반왕의 궁에 도착하였다. 그때 라훌라의 어머니 야소다라가 라훌라를 데리고 높은 누각으로 올라가 붓다가 오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저 사문이 보이느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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