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견문록] 봉녕사 사경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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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견문록] 봉녕사 사경반
  • 박선영
  • 승인 2017.08.0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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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을 베껴 쓰면 바로 집중한다
사진 : 최배문

“물은 대자비로 흐른 지혜의 물이요, 먹은 깊은 선정의 굳은 먹입니다. 선정의 먹으로 지혜의 물을 갈아서 실상법신의 문자를 옮겨 씁니다.”

사경寫經에 앞서 한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는 이들은 수원 봉녕사 사경반 불자들이다. 이들은 경전을 따라 쓰며 부처님의 정신을 새기려는 목적으로 여기 모였다. 사경의 공덕은 쓰는 사람뿐 아니라 널리 이웃을 이롭게 하리라며 그들은 합송을 이어갔다. 

“이 경의 말씀은 온누리의 모든 중생을 살펴보아 근기에 맞춰 설법하여 널리 이웃을 이롭게 합니다. 이런 까닭에 제가 지금 경전의 사경을 봉행합니다.”

|    이웃을 널리 이롭게 하는 사경

흰옷을 입은 사경반원들이 개경게, 사경 발원문, 참회문, 시방염불, 사경관념문을 거쳐 죽비에 맞춰 입정을 한다. 마음의 파도가 잔잔해지면 이제 사경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손바닥만 한 벼루에 먹을 갈아 약간의 먹물을 만든다. 먹물을 찍어 농도를 가늠하는 붓은 마치 음식의 간을 보는 예민한 혀와 흡사했다. 화선지의 특성상 묽으면 금세 얼룩강아지의 점처럼 번지고, 물이 적어 뻑뻑하면 선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거나 갈라진다. 그러니 적당한 먹물 농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모본模本 위에 화선지를 올리고, 네 면을 풀로 고정한다. 이때 나중에 책으로 묶을 때를 대비해 왼쪽 면은 일정 넓이를 정해 남겨둬야 한다. 이렇게 기본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사경으로 들어간다. 붓을 들고 처음 할 것은 전체 테두리와 행과 행 사이를 구분하는 계선界線을 긋는 것이다. 자를 대고 특수 제작된 유리 막대를 붓 아래 받쳐 두께가 고르게 선을 친다. 

사경이 시작되자 각자의 작업에 몰두한 회원들. 그 사이를 지도법사인 ‘불향지佛香智 전통사경수행원’ 이미화 원장이 다니며 개별지도를 한다. 이곳 사경반의 태동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간다. 봉녕사의 초청으로 사중에서 사경작품 전시회를 한 이미화 원장은 전시를 보고 감동한 불자들과 봉녕사 주지스님의 요청에 따라 12월부터 사경반을 창설,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열정적으로 수행에 관심을 갖던 이 원장은 염불, 절, 참선, 명상 등의 다양한 수행과 불교공부를 하다가 붓펜으로 하는 사경을 접했다. 경전을 외우려는 목적이었다. 그는 『법화경』을 14권 썼다. 그러다가 2004년 대구 보현사에서 외길 김경호(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 선생에게 전통사경을 배운 이래 2007년 대구에 ‘불향지 전통사경수행원’(이하 사경원)을 개설했다. 사경에 관심을 갖는 대구, 경북 지역 불자들의 사랑방 용도로 문을 열었는데, 10년 세월을 거치면서 배출 인원도 5백 명이 넘는 여법한 수행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부산, 울산, 서울에서도 찾아와 붓을 들고 마음을 바라보는 재미에 흠뻑 젖고 간다. 사경원은 화요일, 토요일에 정규반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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