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주문 간절한 기도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침 공기 상쾌하고 싱그러운 풀냄새며 일찍부터 깨어난 참새들의 지저귐이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응원처럼 들립니다. 저는 살면서 순간순간 여유가 생기면, ‘불교 수행자로 산다는 것은 참 행운이야. 스님이 된 것은 이번 생의 선택이지만 그냥 된 것만은 아닐 거야. 그러니 잘 살아야 해.’라는 주문을 걸며 살아왔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 줄도 모르면서 그냥 스님답게 잘 살아야 한다는 주문만 스스로 세뇌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할 법문은 이곳 법륜사에서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 부처님, 지혜를 주세요
저는 출가할 때 품은 마음을 늘 상기시키면서 삽니다. 저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자.’고 백일기도를 하며 발심했어요. 출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나 먼저 가신 분의 발자취를 따라 공부하며 ‘나도 누군가의 발자취가 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해 시비 없이 앞만 보고 배우고 익히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고, 은사스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르고 소를 몰고 지붕 위에 올라가라 하시면 예, 라고 대답할 만큼 수긍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제게 법륜사 주지 소임이 주어졌습니다. ‘내가 나를 아는데 어찌 이렇게 큰 도량을 이끌어간단 말인가.’ 하고 몇 번을 고민하다 결국 ‘잘 살아 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소임에 충실하면서 불교교양대학을 열었습니다. 불자를 모아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했습니다. ‘열 명 가르치면 두 명은 신심이 생기겠지.’라는 생각으로 10년을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들이 지금의 인가받은 불교대학을 만드는 시금석이 되었죠.
부처님 앞에 서면 저는 어린아이입니다. 부처님께 ‘부처님 알아서 다 해주시고 계시죠? 게을러지지 않게 소명을 다할 테니 지혜를 함께 주세요.’ 하면서 부처님을 무척이나 졸랐습니다. 부처님께 졸랐으니 하루도 헛되이 보낼 수 없었습니다. 새벽예불부터 저녁예불까지 빠짐없이 올렸어요. 매주 교양대학 3번, 6시간 강의와 일요법회 준비로 개인적인 시간은 없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잠자리에 드는 시간 외에는 ‘이 도량을 전법의 장, 수행의 장으로 만들겠습니다.’ 하고 서원했습니다.
‘지금 이 도량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주위 스님들의 조언도 더 귀담아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강원 시절, 화성 신흥사 주지스님께서 한 “절 밖을 나가지 않고 10년 기한으로 기도드린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당시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냈던 것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기도를 올리기로 정했습니다. 불자도 이롭고 법륜사도 원만한 기도법을 생각해 실천으로 옮기려 했습니다.
3년간 산문 밖을 나가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불자들도 주지스님이 산중에서 직접 목탁 들고 기도한다니 다들 마음을 내어 주었어요. 2010년 12월에 기도 입재에 들었습니다. 3년 동안 기도를 하면서 49일마다 법문법회를 열어가며 기도자 전원이 설판공덕주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법륜사 도량이 새벽이슬을 머금은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고, 매주 하는 일요법회도 점점 불자들이 늘어갔죠. 저는 배우는 마음으로 매일 불제자들과 함께했습니다.
| 첫 번째 천일기도 회향, 이제 두 번째 천일기도 입재
많은 스님과 도반들이 격려로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3년간 산문 밖을 나가지 않으며 올린 기도를 무사히 회향했습니다. 하지만 법륜사 도량을 이끌어갈 고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찰에 오시는 불자들과 수행자로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기도와 수행이 스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지만, 우리 불자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도와 수행을 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명상과 함께 기도를 병행한 수행을 진행해보자.’ 조금씩이라도 하다 보면 한순간 마음잡고 수행하게 되는 계기가 올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작은 실천이라도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생각하던 중 책자 하나가 손에 잡혔습니다. 법륜 스님이 이끄는 정토회 만일결사 기도 내용이었습니다. 마침 종단에서 소임을 맡고 있던 인연 있는 스님께서 만일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스님은 저에게 ‘붓다로 살자’를 슬로건으로 하여 결사하면 좋을 것 같다며 제안하셨죠. 무엇보다 5대 결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를 실천하는 5대 결사의 생활화, 대중화, 사회화를 위해 진력하는 것이죠. 그 결사 내용은 크든 작든 지금까지 우리 절집에서 해오던 일이었습니다. 이것을 세간으로 꺼내어 함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실천불교를 우리끼리 절 안에서만 하지 말고 모든 불자들에게, 사회인들에게 밝히고 대중들과 함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불교를 대중화하고 생활화하고 사회화하자는 것이었죠.
멋진 기회여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불자들과 같이할 수 있는 몇 가지 행사들을 이 계획 속에서 함께 진행했어요. 불자들이 만일결사 기도를 하면서 5대 결사를 모두 실천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천 일을 지내면서 매주 토요일에 가행정진 경전 독송과 정근 수행을 했고, 100일마다 무차법회를 통해서 5대 결사를 되새겼습니다. 특히 나눔으로 자비와 지혜를 실천하는 덕망 있는 수행자 상을 세우는 데 주력했어요. 이번 2017년 5월에 천일기도를 회향했습니다. 돌아오는 7월에는 수덕사 방장 큰스님을 모시고 2차 입재를 올릴 예정입니다. 처음 기도를 시작할 때 불자들은 의아해했습니다만, 천 일 동안 기도를 통해 자신이 변화된 삶을 경험한 불자도 있었습니다. 모두 스스로 열심히 수행 정진한 덕분입니다.
| 행복 모드 될 때까지 기도하라
우리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덕망 높아지고 싶고, 명예로워지고 싶어 합니다.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고, 쉽게 하려면 조금씩 주변에 나의 선한 에너지를 풍겨야 합니다.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바로 기도를 통해 자신이 정말 무엇으로 살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자신의 기준을 바르게 세워야 합니다. 내면의 힘이 자신을 선한 쪽으로 자비롭고 지혜롭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좋은 사람, 부드러운 사람의 향기를 풍기게 됩니다.
이제 법륜사 종무원들과 스님들은 주간일정 회의에 앞서 ‘붓다로 살자’ 발원문을 늘 낭송합니다. 법륜사를 찾아오는 불자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유정무정有情無情들이 모두 부처라고 생각하고 받들자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함께하자고 서로 눈짓하지요.
열심히 수행정진을 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법륜사에도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올해 1월에 법륜사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통사찰’ 지정을 받고 경기도 전통사찰 108호로 등록했습니다.
저는 너무나 기쁘다 못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알아서 다 해주시는구나!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부처님께 모두 맡기고 어디서든 부처님의 법을 따랐습니다. 제게 주지 소임 맡기신 창건주스님의 사진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어요.
‘불도를 다 이루겠습니다. 법륜사를 지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부처님 법을 전하는 행복한 도량으로 지키겠습니다. 저는 수행자보살이 되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부처님 올바른 지혜를 함께 주세요.’라고 가슴으로 서원했습니다. 밤이 늦을 때까지 진심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하여 정진하지요. 내 마음이 행복 모드로 전환될 때까지 기도를 놓치지 말기를 바랍니다.
법문. 현암 스님
용인 법륜사 주지. 1998년 비구니계를 수지하고 봉녕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서울 승가사에서 은사인 상륜 스님을 시봉하며 법륜사 창건을 도왔다. 현재 용인사암연합회 부회장, 생명나눔실천회 감사, 용인 동부경찰서 경승, 용인 죽전어린이집 위탁운영, 용인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