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그간 살펴 본 서품장의 내용 요지를 강의를 통하여 요약 정리한 후 '문수사리보살장'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강의

이 경을 엮으려는 아난(阿難)은 붓을 들면서 '이러히 내 들었노라'하여 이 경은 내 말이 아니요 이미 불(佛)께서 '이'에 '러'히 하여 말씀하셨던 것을 아난도 역시 '이'에 '러'히 하여 들었던 것인데 이제 또 다시 '이'에 '러'히 하여 적노니 이 경을 보는 중생들도 마땅히 '이'에 '러'히 하여 볼지어다를 암시(暗示)하신 것이다.

아난이 이 말을 전제(前提)로 하신 다음 부처님이 이 경을 설하심에 있어 드러내신 보이지 않는 '이러' 소식의 내역(內譯)과 보이는 주위를 본 대로 다음과 같이 표현하게 되는 것이니, 먼저 불께서 원각경을 설하실 인연과 시절이 당도한 '한 때에'라 하여 원각경은 근기와 시절이 성숙되어서만 설하여지는 것을 보이셨고, 그 뒤에 '바라바'를 일컬어서 원각경만은 법신불(法身佛) 입장이 아니고서는 설할 수가 없음을 알리셨고, 법신불로서 '신통대광명장삼매에 들어 동요치 않으시는 것이니'라 하였으니 여기까지는 어떠한 내용을 지닌 삼매인지를 아난이 보여 줌이고, 그 다음 '이 삼매가 일체 여래와 광명으로 장엄함이며 중생의 깨끗한 깨달음새에 통합임을' 말씀하셨으니 여기까지는 위에 말한 바 내용의 삼매는 외적(外的)으로 어떠한 사실을 나투었나를 알림이고, 그 다음 '몸과 마음이 적적없으신 펴등한 본바닥이시며 시방에 두루 원만하신 둘 아님에 순히 따름이시었으니'라 하신 여기까지는 위와 같은 내적 사실과 외적 현실을 가진 삼매는 어떠한 경지인지를 알림인 것이다.

즉 어떠한 과정을 걸어 어떻게 왔으며 또 어떠한 경지로 있어 어떠한 체성(體性)인가를 말함이며 그 다음에 '이 같은 둘 아닌 경지에서는 모든 정토를 나투어서 문수사리 등 십만 보살이며 또 그 권속들로 함께 삼매에 들어 한가지로 여래평등법회에 머무시고 계시었다'고 하신 여기까지는 부처님이 중생에게 보이려 하시던 원각의 구경지(究竟地)인 실현이 여기에서 완수되었음을 보임이다.

한데 이 본평등을 둘 아님으로서 순히 따름이신 이 완수된 경지를 중생들에게 보이시려 함이며, 알리시려 함이며, 일깨우시려 함이며, 수용토록 하시려 함이다. 본래 둘 아닌 원각에 도달하면 다시 순히 따르면 '이'에 '러'히 장엄된 세계를 창조도 할 수 있으며, 정리도 할 수 있으며, '이'에서 장엄된 '러'의 세계를 수용도 할 수 있으며, 유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원각경의 본뜻이며 이것이 불(佛)이 우리에게 원각경을 통하여 요구하신 것이다.

해설

이상으로 육성취(六成就)를 근간으로 한 서품장의 해설을 마친다. 이하 문수사리보살장부터 원각보살장까지는 이 경의 본론이자 중심부분인 정종분(正宗分)에 해당되는 바, 이제부터 살펴보고자 하는문수사리보살장은 문수사리보살이 자비하신 세존께 '여래께서 부처를 이루시고자 수행하시던 때 일으킨 마은 씀씀이 곧, 이 땅의 법다운 수행〔因地法行〕을 일깨워주시어 현재의 청법대중인 대승보살뿐만 아니라 미래의 말세 중생도 대승을 구하는 자라면 모두 삿된 지견〔邪見〕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 주시길 간청'함에 세존께서 이에 응하시어 이를 일깨워주시는 말씀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문수사리보살장의 내용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