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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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얘기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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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나의 다짐

"요구르트 하나 줄래?"

"몇 번이세요?"

빨대 종이를 벗겨서 번호를 적어 옷장 문고리에 묶어 두었다. 내 나이 28살이니까 7년 전이다.

중학교 때부터 엄마는 목욕탕에 일하러 다니셨다. 그때만 해도 엄마가 다니시던 목욕탕은 우리 읍내에선 크다고 하던 목욕탕이었다. 여동생과 나는 학교를 마치면 항상 목욕탕으로 가서 냉장고도 없이 탈의실에서 우유와 요구르트를 팔았다.

손님이 한가해지면 숙제를 했었다. 그러다가 아이를 봐달라고 맡기고 욕탕으로 들어가는 아줌마가 있으면 우는 애를 업고 숙제를 하기도 했다.

2년 전 나는 결혼해서 11개월 된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대학 1학년 때 신랑을 만나 오랜 시일을 사귀어 결혼을 하였는데도 엄마가 목욕탕에서 때밀이로 일하셨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못했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내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신을 작은 아버지께서 화장시켰다고 하셨다. 그때 당시 엄마는 나를 마산 작은 할아버지 댁에 맡겨놓고 여동생만 데리고 이모가 계시는 옥천으로 가셨다.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길러야하니 얼마나 막막했을까!

이모가 사시는 동네에 달세방을 얻어 지내면서 안해 본 일이 없으셨다. 떡장사부터 산림조합의 나무 심기, 그리고 식당 설거지, 공사판에서 여자의 몸으로 벽돌을 남자가 지는 만큼 져다 나르는 일까지 억척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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