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상담실]현실을 직시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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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상담실]현실을 직시하는 태도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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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상담실]

팔에 깁스를 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어머니와 함께 나의 진료실을 찾아 왔다. 밤에 잠을 잘 자지 않고 어머니가 보기에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고 간혹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하여 어머니가 정신과에 가보자 하여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은 약 일 년 전부터 있었는데 요 근래 심해졌다고 하였다. 팔은 몇 달 전 기차에서 떨어지면서 골절이 생겼다고 하였다.

보기에 순해 보이고 나이에 비해 좀 어려 보이는 이 남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중에 이런 문제가 생겨 지금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환자에게 주로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환자가 대답하기를 "내 속에서 진리와 반진리(反眞理)가 싸운다. 내 속에 쿠데타가 일어나 객체가 주체를 거스르는데 원래는 모두 진리가 장악하고 있다가 진리가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반진리를 풀어주었더니 오리혀 반진리가 진리에 거스른다. 그 과정에서 제3, 제4, …의 반진리가 날뛰고 있어 진리가 반진리를 잘 평정할까 두렵다. 부처님 진리가 평정해야 될 텐데 큰일이다."라고 했는데 매우 진지하였다. 그것만 하루 종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진리의 왕인 부처님이 승리하여야 될텐데 걱정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는 마치 부처님의 진리가 모든 것을 제압하면 만사가 잘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환자에게 내 자신도 종교가 불교이고 불교를 공부하고 있지만 환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진정한 불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 같다고 하면서 진리와 반진리의 싸움은 환자 자신 마음 속의 갈등이나 불안을 반영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증세가 시작된 시기인 약 일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대답하기를 몇 년간 사귄 여자가 있었는데 자기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여자 쪽에서 요구하여 할 수 없이 헤어진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굉장히 마음이 아팠으나 몇 달 전에 겨우 마음이 정리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그동안 국가고시를 준비했는데 도저히 자기 능력이 못 따라가서 포기한 상태라고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 두 가지의 큰 현실적 고민이 있던 중에 이런 증세가 생겼다. 그 후로는 현실적인 고민보다는 '큰 진리가 작은 진리를 굴복시켜야 될 텐데'라는 고민 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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