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선우도량 대표 도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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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선우도량 대표 도법스님
  • 황찬익
  • 승인 2007.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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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기슭에 열리는 화장세계

남원 에서 인월을 지나 버스로 10분 남짓 더 가면 산내면소재지가 나온다. 여기서 뱀사골로 가는 길을 두고 마천 방면으로 다시 가다 첫 번째 정류장이 이땅 최초의 선찰인 실상사가 있는 곳, 지리산 서북단의 남원군 산내면이다. 널따란 분지 한가운데 실상사를 모시고 사방이 연꽃 모양의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하늘도 꼭 연꽃 모양의 산울타리가 보여주는 만큼만 바라볼 수 있어 둘러보면 들어온 길이 어디쯤인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고 또 나갈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실상사는 한반도 남단의 제일 봉우리인 지리산 천왕봉 자락을 의지하고 있으면서도 주변에 숱한 인가와 전답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의 거의 모든 사찰들이 관광지화 된 것에 비해볼 때 여기의 인가들은 볼썽 사나운 네온사인을 밝힌 그런 천박한 모습은 아니다. 돌장승처럼 은은한 미소로 천년고찰을 지킬 줄 아는 순박하고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사는 누구나의 고향같은 마을일 뿐이다. 바로 이곳에 자리한 선우도량의 근본도량 실상사는 그 위치가 자체가 이미 상징적으로 앞으로 불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산 중에 있으나 세간을 여의지 않고, 세간에 있으나 산중의 고고함에서 멀지 않은 기품.

요즘, 모든 것이 얼어붙는 맹동의 추위 속에서 실상사 스님들은 분주한 움직임으로 천 년 전 이곳에 심어진 선지(禪指)의 온기를 덥히고 있다. 원력에 찬 중진 스님들의 발길이 목탁되어 울려퍼지고, 토론과 논의의 열기가 도둑잠에 든 오늘날 우리 불교현실을 깜짝깜짝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선우도량의 대표선우이신 도법스님을 찾아뵌 것은 아직 감나무에 홍시들이 채 떨어지기 전인 지난해 12월 초순이었다.

"선우도량이 창립한지 만2년이 지났지만 우리 불교 현실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습니다. 아직은 시작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일정정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그동안은 필요성이나 당위성만을 주장하는 범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나아간 겁니다. 그중에서도 선우도량이 일관되게 밀고나간 것이 교육문제였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상당하게 전진이 보였다고 평가합니다. 아함경교재를 만들어 내고 이것을 강원의 교재로 채택하게 했다거나, '승가교육개혁 단일안'을 내 놓은 점등은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올바른 승가상 확립'과 '승풍진작'이라는 목표로 만 2년 1개월 전에 출범했던 선우도량의 그동안 활동에 대한 도법스님의 중간 자평이다. 예전의 결사(結社)가 보조스님이나 요세(了世)스님 등의 월등한 지도자가 지도하는 인물 중심의 결사였다면 선우도량의 전국에 흩어져 있는 200여 명이란 적지 않은 수의 대중적 협의로 운영되는 대중결사다. 일사불란한 지위체계인 것이다. 아무래도 초기에는 행보가 더딜 수밖에 없는 이러한 구조속에서 도법스님은 일찌감치 선우도량의 역할을 교육부분으로 규정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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