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노트] 6. 인정을 위협하는 합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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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노트] 6. 인정을 위협하는 합리주의
  • 오코노기 케이고(小此木啓吾)
  • 승인 2007.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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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精神分析) 노-트

개방이냐? 관리냐?

어떤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죽었다. 죽은 것이란 자살이었다. 그것도 병원 안에서 죽은 것이 아니고 간호원에게 말없이 무단 외박을 하고는 외박처에서 자살하였다.

이런 사건은 정신병원에서는 종종 있다. 자살뿐만이 아니다. 알콜중독을 치료하기 위하여 입원한 환자가 살짝 빠져나가 한 잔 한다던가 또는 입원 생활 중에 사이좋게 된 젊은 남녀 환자들이 '데이트'를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적마다 말썽의 중심이 되는 것은 이런 환자들의 자유를 어느 정 도까지 존중하고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 병원을 어디까지 개방하고 어느 정도까지 환자의 생활 관리를 엄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

환자의 가족측에서 하는 말은 이렇다. 병원에 맡긴 이상 병원에서 책임을 져야한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 수 없는 환자니까 병원이 책임지고 보호해 주어야 한 다.

가정에 두면 자살할 위험이 있으니까 입원시키는 것이고 집에 놔두면 술을 끊지 못 하니까 입원시키는 것이다. 소중한 딸이 입원 중에 흠이 간다면 밑천도 이득도 다 놓친다. 귀한 아들이 입원 중에 불순한 이성교제만을 배웠대서야 무엇 때문에 입원 시켰는지 말도 안 된다.

정신과의사 그 중에서도 정신치료법에 열심인 치료자의 말인즉 이렇다.

'인간의 자유라는 것은 아무리 감독하거나 엄격히 감시하더라도 도저히 구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치소 안에서도 자살하려는 자는 자살한다. 자기 스스로가 술을 끊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아무리 끊으라고 해봤자 술을 끊지 못한다. 오히려 그 시기가 올 때까지 본인의 자유에 맡기는 시기도 필요하다. 젊은 남녀가 스릴을 맛보 면서 데이트하는 것도 하나의 귀중한 체험이고 입원 중에 '프리섹스'하는 자라면 입원 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기회는 있을 것이 아닌가……. 만약 그 반대로 관리를 엄격 히 해서 자살을 예방하고 금주를 완전히 하고 남녀교제를 금하려고 하면 방에 자물쇠 를 단단히 채워 독방에 감금해 둘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신과의 치료는 몇 십 년을 후퇴하는 것이다. 해방적 정신과 치료야말로 새로운 동향인데…….'

의료 과오(過誤)에 대한 말썽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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