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복 없는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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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복 없는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
  • 관리자
  • 승인 200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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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봄이다. 거리엔 반소매 차림의 여인들이 계절을 앞서가고, 주택가엔 이삿짐을 나르는 풍경이 자주 눈에 띈다. 새봄은 새해 실천 계획을 아직껏 미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면죄부를 부여한다. 파릇한 새싹들이 어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시작하자며 활력을 북돋아준다.

그러나 봄이 더디게 찾아오는 곳이 있다. 서울 강북에서 경기도 의정부로 넘어가는 8차선 도로가에 슬레이트 지붕을 이고 황량하게 줄지어선 집들이 겨울의 끝을 차마 떼어놓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따뜻한 봄 햇살도 집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자욱한 먼지를 밀어내지 못할 듯하다. 삐걱대는 샤시문을 열고 들어가 김옥례(67세) 할머니를 뵈었다.

인사를 드리고 방에 앉자마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아무 말씀 하지 않아도 그 힘겨운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할머니는 현재 손녀(신다정, 16세)·손자(신현, 14세)와 함께 살고 있다. 아들 내외가 이혼하면서부터였으니, 벌써 9년의 세월이 지났다.

할머니의 아들(41세)은 젊어서부터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돈을 안 주면 살림을 들어엎기 일쑤였다. 결혼을 하면 나아지려나 했지만, 결혼을 해서도 할머니가 빚을 얻어 생활비를 대줬다고 한다. 애 둘을 낳았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술버릇이 고약해 툭 하면 며느리에게 손찌검을 하며 난동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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