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무스탕 8 여정이 끝나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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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순례기] 무스탕 8 여정이 끝나갈 무렵
  • 관리자
  • 승인 200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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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Mustang) - 불국토 순례기

땅게를 떠나며

로만탕(Lo-Manthang)을 떠나 남동쪽의 외딴 마을 땅게(Tangge)를 향해 왔던 길은 전체 여정 중 가장 힘든 길이 되었다. 마치 두부를 잘라놓은 듯 거대한 협곡에 둘러싸인 이 깊은 마을. 직벽을 마주한 강변 작은 땅엔 메밀이 심어져 있다. 다랭이 논처럼 겹쳐진 밭에는 분홍색 메밀꽃들이 바람에 춤을 춘다. 이 깊은 곳까지 온 이방인들을 향해 축가라도 부르려는 것인지?

손님 대접이 너무도 아름답다. 쏟아지는 자외선 아래 분홍색 파도가 끊임없이 일렁인다. 파도 한 가운데를 가르고 지나는 아낙을 보는 순간 삶을 치열하게 맞이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우리야 그저 지나는 나그네일 뿐, 이들의 삶을 관망하는 구경꾼에 불과한 것이었다.

꽃과 나무, 바위와 산 또한 이들과 마찬가지여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아낙의 얼굴은 까칠하다. 고구마의 표면처럼 검붉은 피부와 딱딱한 손끝이 늙은 거북이 등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와 정 반대로 메밀밭을 건너온 아낙의 환한 미소가 너무도 평온하게 다가온다. ‘디가온’의 텃밭과 이곳 ‘땅게’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척박한 경작지를 일구는 이들의 표정엔 서로를 향한 신뢰와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또한 타인을 바라보는 눈 또한 그러하다. 우리가 잃어버린 심성의 원형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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