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좋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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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좋은 사이
  • 관리자
  • 승인 2007.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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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사 오르는 산 길에서

 딸애가 대학에 가면 엄마와 함께 꼭 가자던 승가사를 오늘에야 비로소 오르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을 몹시 좋아하는 내 딸은 아침부터 마냥 즐거워했습니다.

 마지막 고개를 넘으니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말하지 않아도 우린 알 수 있습니다. 딸애와 저는 가슴 깊이 다가오는 거룩하신 부처님 모습에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합장합니다.

 밝은 햇살 아래 공손하게 기도하는 내 딸의 모습을 보니 문득 지난 날의 힘들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국민학교때부터 줄곧 우등생으로 아무런 마음 고생없이 지낸 온 딸아이가 고2때 늑막염을 앓고 있었음을 저희 부부는 몰랐던 것입니다. 고2 겨울 방학이 끝날 무렵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연필 한 자루도 잡을 수 없는 쇠약한 상태였습니다.

 눈앞이 캄캄하고 딸아이의 절망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우리 부부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고 공부 잘하고 운동도 남다르게 잘하는 딸의 건강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 가족은 최선을 다했지만 그 어떤 말로도 딸아이의 마음을 위로할 수는 없었습니다.

 공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우는 딸을 말없이 지켜보며 부족한 어미의 지혜로써는 아무 것도 도와줄 수가 없음을 알고 미친 듯이 부처님께 매달렸습니다. 딸아이의 마음속에 용기와 인내를 주시옵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딸의 마음속에 싹트는 열등감, 이 좌절을 제발 스스로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일년을 하루같이 딸의 방에 향을 꽂고 정성을 다해 지장경과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다생다겁에 지은 딸의 업장소멸을, 딸아이의 모든 업장을 이 어미에게 주시옵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렇게 지낸던 중 고3, 10월이 되었을 때입니다. 갑자기 딸아이의 방에서 한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몹시 놀라고 당황했으며 행여 딸이 알세라 학교에 가고 없는 사이에 창문을 활짝 열고 향을 피우고 경을 읽었습니다. 삼사 일이 지났을까? 고약한 냄새는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본 결과 병은 흔적도 없이 완쾌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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