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법과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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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법과 과학
  • 관리자
  • 승인 2007.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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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한담

그러나 편집자가 원하듯이 불교와 자연 과학계통의 학문을 접맥시키는 내용은 어느 정도라도 혜안이 밝아져야 가능할 터인대, 나의 천박한 지식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이다. 이 글이 실릴 나이 연구실 한담 인 만큼 심심풀이로 하는 이야기로 지면을 메꾸어 볼 수 밖에 없다.

나는 연구실에서 때때로 한담을 하고 혼자서 사념에 잠길 때도 적지 않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실제기체의 상태방정식들을 설명한 끝에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내 나름대로 인연의 법칙을 빌어 그 방정식들을 완곡하게 설명한 다음 이것이 2500년 전에 석가여래가 말씀하신 인연의 법칙이라고 했더니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그날 오후 나는 연구실에서 뜻하지 않게 한 학생의 방문을 받고 그와 한담을 나누게 되었다. 그와 잠깐의 대화로 그는 내가 수업시간에 인연의 법칙과 석가여래를 거론한 데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나와는 다른 종교를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연의 법칙에 대하여 좀더 알고 싶은 뜻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불자가 아니고 불교에 대하여 아직 호의적인 것만도 아닌 듯하여 먼저 유교의 이야기로부터 말문을 열고 다음과 같은 담론을 하였다.

자네는 공업화학을 전공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네. 성인들의 말씀은 우주의 원리를 꿰뚫어 보는 진리의 말씀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좀 깊이 생각해 보면 자연현상의 매우 세밀한 부분에까지 다 통하지.

나는 이 학교에 올 때만 해도 유학(儒學)에 심취해 있었네. 어느 날 나는 주역서(周易序)를 읽다가 역(易)에는 태극(太極)이 있으니 그로부터 양의(兩儀)가 생겨난다. 태극은 도(道)요, 양의는 음양(陰陽)이며, 음양 또한 하나의 도이고, 태극은 무극(無極)이다. 만물이 생겨나는 것은 음을 지고 양을 안고 나나니 태극이 없는 곳이 없고 양의 또한 없는 곳이 없다. 라는 이 대목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지.

생각해 보게,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원자나, 이온 또는 분자들이 모두 밖으로 음전자를 지고 안으로는 양성자를 감싸 안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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