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동불서불] 오동의 사연 / 심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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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동불서불] 오동의 사연 / 심재룡
  • 심재룡
  • 승인 2007.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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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동불서불

오동 곁의 현장

소리를, 저 소리를 들어보세요. 봄마다 열병처럼 몸살을 앓아요. 사람도 나무도 별, 나비, 새들도 시공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는가 봅니다. 연구실 앞 오동나무는 어쭙지 않게 우리나라 최전방 소대장이 되기나 한듯 꼼짝할 수 없는 사지를 뒤틀며, 또 인고의 봄철을 지내야 할까 봅니다.

쿵쿵 들려오는 북소리, 남학생들의 쉰 목소리에 섞여서 간간이 들려오는 여학생들의 절규, 그리고 금속성 마이크의 비명, 저는 지레 몸서리가 쳐집니다.

사나흘 전에는 이미 포연 가득찬 전장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었죠. 오늘은 약과입니다. 저 젊은이들은 무엇 때문에 저렿게 고함을 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삿대질을 하는 걸까요? 아지 못괴라, 답답하여라. 역사는 꼭 이렇게 쳇바퀴돌 듯 되풀이하는 법입니까? 아니 제가 이런 엉터리같은 질문을 당신에게 한 것이 잘못인 줄 압니다. 심산유곡 깊고 깊이 파묻혀 영원의 종소리를 듣도 계신 당신에게 제가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습니다. 네에, 누워 계세요, 뭐 일어나실려고 애쓰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자비로우신 목소리를 듣고 올 새해에는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나나 혼자서 기꺼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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