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나의 불교 입문기
27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기특한 것이 두갈래 머리의 작은 소녀가 어떻게 그토록 장한 생각을 내어 입산을 했을까? 그리고 그 27년이란 수도생활을 매일 매일 순간 순간 그처럼 즐겁고 감사하게 환희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기특하다.
대신에 문학 서적을 많이 읽고 사색을 많이 하는 소녀로 바뀌면서 가끔 미래에 무엇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노라면, 늘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시골 국민학교 여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들 중에는 여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인 소녀가 많았다. 그때는 요즘처럼 그렇게 시험 때문에 극성을 부릴 때도 아니었고, 별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늘 상위권에 들었던 나는 많은 시간을 문학서적을 읽는데 보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해맑게 느껴지는 문학서적에 심취하던 중 나를 결정적으로 입산하게 된 책이 있었으니 E여고 신지식 선생님이 쓰신 소녀들을 위한 단편 소설집이었다.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고 내용만 기억나는데 그 단편 중 한 이야기가 여승방의 수도하시는 여스님들 세계를 묘사한 것이었다. 그때 그 글을 읽으면서 여스님들의 승방생활이 맑고 맑은 샘물처럼 느껴졌다. 나도 그 맑은 샘물처럼 살고 싶었다.
1963년 12월 12일 맑은 샘물처럼 살고 싶어 찾은 겨울 가야산 해인사는 참으로 맑고 그윽한 곳이었다. 지금도 그날 그 가야산 정경은 눈에 선하다. 하얗게 얼어 붙은 빙하의 계곡, 마른 갈대숲, 짙푸른 아름드리 소나무숲 사이로 이름 모를 겨울 새들이 지저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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