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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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 관리자
  • 승인 200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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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부산 감로사 혜총 스님

“스님! 제가 80까지 모실게요.”

11살 어린 사미 혜총은 무슨 생각이었던지 자운 큰스님께 손가락까지 걸며 약속을 했다. 그리고 1992년 스님이 열반하실 때까지 꼬박 40년을 시봉했다.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스님을 시봉했다기보다 오히려 스님께 시봉을 받았다는 말이 맞을 성싶다.

스님은 할아버지가 손주를 바라보듯 혜총 스님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셨다. 워낙 자애로우신 스님이셨던지라 야단 한번 친 적 없으시다. 그런데 해인사에서 스님을 시봉하고 살 때였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씨가 곱다.”는 운허 스님의 말씀을 듣고 90여 개에 달하는 꽃과 분재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운 스님을 모시고 일주일간 출타 후 돌아와 보니 꽃이 모두 말라 죽어 있었다. 그 동안 꽃을 키우는 일에 대해 한 말씀도 않으셨던 큰스님께서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40년 시봉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준엄한 꾸중을 들었다.

“네가 꽃을 사랑하느냐?”

“네.”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

“꽃이 너를 사랑할 때까지 꽃을 사랑하지 말아라.”

그랬다. 그 동안 한번도 꽃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 입장에서 화분에 옮겨 심고, 가위로 자르고, 철사로 동여매고, 꽃의 괴로움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의 입장보다 남의 입장에 서서 사물을 바라보라는 큰스님의 가르침은 그때 이후 인생 좌우명이 되었다.

참회는 왜 해야 합니까

혜총 스님은 1953년 11세 되던 해에 어머니를 따라 양산 통도사에 계신 자운 스님을 찾아가 스님이 되었다.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서른을 못 넘긴다고 해서 명줄을 잇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자운 스님은 대뜸 삼천배 참회의 절을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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