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너머] 오렌지를 먹는 방법 / 최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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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너머] 오렌지를 먹는 방법 / 최원형
  • 최원형
  • 승인 2016.11.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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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소장

주말 아침, 돋을볕이 동창으로 스며드는가 싶더니 어느 틈엔가 집안 전체를 환한 빛으로 가득 채울 즈음 식구들이 부스스 늦잠에서 깨어 식탁으로 모였다. 모처럼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아침밥을 먹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네 식구가 함께 모일 시간이 점점 줄어들다가 급기야는 네 명이 모여 아침밥조차 함께 못 먹는 날들이 늘어가던 중이었다.

물컵 좀 줄래, 이것 좀 저기다 놓아줘, 하는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하며 밥을 막 먹고 있었다. 느닷없이 ‘띠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전화기에 문자가 왔다는 신호였다. 전화기 주인이 금세 방으로 달려가서 확인을 하고 왔다. 이번에는 전화가 걸려왔다. 또 다른 식구가 전화를 받으러 가서는 국이 다 식도록 통화를 하고 돌아왔다. 만약 내게 문자나 전화가 왔다면 어땠을까?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집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바깥에서 사람을 만나 밥을 먹을 때도 전화가 오면 받았고, 문자가 오면 지체 없이 답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식구들을 통해 보였다. 문득, 틱낫한 스님의 ‘오렌지를 먹는 법’이 떠올랐다. 우리는 밥을 먹고 있었던 게 아니라 문자로, 전화통화로 나누던 ‘말’을 먹고 있었던 게 아닌지.

지금 여기서 온전히 살아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 말은 여전히 지금 여기서 온전히 깨어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반증인데, 그렇다면 그토록 온전한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 대답을 찾는 일은 간단치 않으나 일상에서 집중할 수 없는 요소들은 곳곳에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스마트폰, 인터넷 그리고 광고를 꼽고 싶다. 이들 셋은 서로 무수히 얽혀 있는 관계에 있기도 하고 또 따로 있기도 하다. 광고는 양서류처럼 온ㆍ오프에 모두 존재하고 있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상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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