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스님의 선담禪談] 대의단大疑團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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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의 선담禪談] 대의단大疑團이 있어야...
  • 금강
  • 승인 2016.07.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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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단大疑團이 있어야 수행으로 들어간다

         대웅전 뒤편으로 10여 분 정도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소림굴이라는 조그마한 토굴이 있다. 선원에 다니다 대중을 떠나 혼자 오롯이 공부하는 수좌스님들이 1-2년씩 수행에만 전념할 때 사는 곳이다.  10여 년 전쯤에 해인사 도반인 원장 스님이 살았을 때의 이야기다. 스님은 젊은 시절 용맹정진 하느라 치아가 들떴지만 아랑곳 않고 공부를 하다가 치아가 두 개만 남기도 했다. 토굴에 사는데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큰절에 내려와 밥을 먹는데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나이는 환갑이 가까운데도 성도재일에는 대중선원에서 수행하듯 혼자서 일주일 동안 용맹정진을 묵묵히 했던 스님이다.  처음 토굴에 올라갔을 때의 일이다. 참선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당신의 은사인 성철 스님이 설한 100일 법문을 MP3로 한 달 동안 듣고 또 듣고 하였다는 것이다. 다 듣고 나서는 수행에 대한 신심과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여 녹음기를 향해 삼배를 올렸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조계종 5대 종정을 지낸 서옹 대종사의 수행법에 관한 연구논문을 쓰고 있다. 스님의 행적과 자료들을 꼼꼼하게 수집하고 찾는 과정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이야기로만 전해오는 서옹 스님의 「진실자기眞實自己」라는 논문을 찾았을 때는 더없이 기뻤다.   일본 유학시절인 1943년, 교토의 임제대학을 졸업할 때 스님이 쓴 논문이다. 당시 교토학파의 다나베 하지메의 불교학은 유명했다. 그의 사상을 담은 「정법안장正法眼藏」이라는 논문이 있었는데 그 논문을 반박하고 새로운 진보된 이론의 논문을 써서 학부생이던 스님의 논문이 대학원 교재로 채택된 사건은 신화적인 이야기로 전해오고 있다. 

10여 년 전 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스님에 의하면 졸업한 지 60년이 지났어도 대학의 사람들은 ‘서옹 스님’ 이름만 들어도 존경하는 마음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70년이 지난 대학졸업 논문이 학교에 남아 있겠는가 싶어서 포기를 했는데 다행히 누군가가 찾았다고 해 메일로 전해 받을 수 있었다. 250자 원고지에 펜으로 단정히 쓴 글씨들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일본어를 모르니 일본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법장 스님에게 번역을 부탁을 하였다. 내용을 하나하나 원문과 대조하며 읽어 내려갔다. 현대철학의 한계와 진실자기의 선에 관한 상세한 정리는 명확했다. 그 경지를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원고와 번역문을 불단에 올리고 삼배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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