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너머] 넌 어디서 온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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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너머] 넌 어디서 온 거니?
  • 최원형
  • 승인 2016.07.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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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지는 시각, 골목 끝자락에서 아직 귀가하지 않은 엄말 기다리며 서성이다보면 어디선가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 소리가 외롭게 기다리던 내겐 친구 같았다. 골목과 이어진 길 끝에서 지나가는 이들마다 엄마 같았고 엄마 같다가 마침내 엄마였을 때, 나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침에 헤어졌다 저녁에 만나도 늘 그리운 존재가 엄마 아니던가. 소리로 각인된 기억은 냄새만큼이나 오래가는 듯, 시간이 한참 흘렀어도 여전히 저녁나절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그 시절 그 어스름한 시간으로 가 있곤 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금요일 저녁이면 집에서 챙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금요일 저녁은 일주일의 피로가 떼로 몰려오기도 하지만, 또 이어질 휴일로 인해 마음에 제법 여유가 생기는 그런 시간이다. 그날은 큰 아이랑 둘이 보는데 눈앞에 펼쳐진 화면이 너무도 불편했다. ‘강아지 공장’이란 기이한 제목에서 이미 짐작을 하곤 있었으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잔인함과 고통들이 연달아 화면을 채웠다. 아직 강아지인 개는 어느새 강아지를 생산하는 모견이 되어 일 년에 많게는 세 번 새끼를 낳는다. 강제로 발정제를 맞고 교배를 하고 배를 가르는 제왕절개까지 당하면서. 그렇게 강제로 어미가 된 개들이 있는 그곳이 바로 강아지 공장이었다.

낳은 새끼들은 어미젖도 떼기 전에 팻샵으로 팔려갔다. 어미 개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낳은 새끼를 찾느라 안절부절 못했다. 그 모습에 불안한 심리상태가 역력했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떨어져 낯선 어딘가로 팔려가는 강아지는 또 어땠을까? 그뿐이 아니었다. 그곳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강아지 공장을 찾았던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의 태도에서 전해졌다. 개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서며 훅 들이마신 공기에 낮은 비명과 함께 재빨리 코를 막는 모습에서 악취가 얼마나 가득한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어두컴컴한 창고 같은 곳에 빼곡하게 쌓인 케이지 안에는 개들이 갇혀있었는데 며칠씩 굶주린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혹사를 당하다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되면 개들은 버려지거나 식육으로 팔려나간다. 인간의 악한 본성의 바닥을 봤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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