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만나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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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만나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
  • 김사업
  • 승인 2016.06.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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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늦지 않았다
김사업

진정 자유롭고 싶은가, 아니면 대자유에 대해 말만 하고 생각만 하고 싶은가? 환자가 의학 지식과 건강법에 대해서 아무리 잘 알고 잘 설명할 수 있다 해도 자신의 병은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오래전에 멈추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코살라 국의 수도 사위성에 악명 높은 살인마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는 그 손가락을 잘라 화환처럼 꿰어서 머리에 장식으로 두르고 다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앙굴리말라(An.gulimāla, 指鬘), 즉 ‘손가락으로 머리 장식을 한 자’라고 불렀다. ‘앙굴리(an._guli)’는 손가락을, ‘말라(mālā)’는 화환이나 화관을 의미하는 빨리어이다. 이 앙굴리말라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다음은 그중의 하나이다.

살인마 앙굴리말라에 관한 소문을 듣고 석가모니는 그를 교화시키기 위해 홀로 그 앞에 서기로 했다. 과연 석가모니였다. 누구나 욕했지만, 무서워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았던 흉악범. 그를 제도하고자 혈혈단신으로 나섰던 것이다. 석가모니는 앙굴리말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죽음을 두려워하여 누구도 자신에게 근접하지 않던 참에 사문 한 사람이 홀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본 앙굴리말라는 기뻤다. “지금이다! 손가락 하나가 모자라 애를 태웠는데 이 사람 목만 베면 내 원은 성취되겠군.” 앙굴리말라는 칼을 손에 단단히 쥐고 석가모니에게로 달려갔다.

앙굴리말라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석가모니는 돌아서서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 걸었다. 뒷모습을 보이며 무방비 상태로 걸었지만, 발걸음은 이전 그대로 평온했다. 지극히 고요하나 빈틈없는 발걸음이었다.

앙굴리말라는 사력을 다해 석가모니를 향해 뛰었지만 이상하게도 석가모니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멈춰라! 멈추란 말이야!” 당황한 앙굴리말라가 외쳤다. 석가모니는 아무 대꾸 없이 그냥 고요히 걷기만 했다. 앙굴리말라가 가까스로 다가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왜 멈추지 않는 거야?”

석가모니는 말했다.

“나는 오래전에 멈추었다. 멈추지 않은 것은 바로 그대다. 그대는 파멸과 죽음으로 치닫고 있다.”

왜 걸음을 멈추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앙굴리말라를 향해 석가모니는 한없이 온화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배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오래전에 멈추었다. 멈추지 않는 것은 바로 그대다.” 이 한마디에 앙굴리말라는 물론, 우리 모두는 오랜 잠을 깬다. 세파에 휩쓸려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어딘가로 정신없이 떠밀려 가고 있는 가련한 너와 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너와 나의 ‘불성佛性’은 이 한마디에 영롱한 빛을 발한다.

여태껏 앙굴리말라는 사람 죽이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이며, 그 일의 결과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냉정히 돌아볼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윤회의 급류에 몸을 내맡긴 채, 정처 없이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떠내려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사람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앙굴리말라의 마음을 멈추게 한 것은 “나는 오래전에 멈추었다. 멈추지 않은 것은 바로 그대다.”라는 석가모니의 짧은 한마디였다. 이 한마디로 폭풍처럼 질주하던 앙굴리말라의 기존 사고방식은 작동을 멈추어 버렸다. 일체의 생각이 끊겼지만 두 눈은 생생하게 살아 있어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상태, 화두를 들고 있을 때와 같은 상태였다.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쉬게 한 다음, 석가모니는 말씀을 이었다. “그대는 파멸과 죽음으로 치닫고 있다.”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는 허공이 되어 버린 앙굴리말라의 마음에 이 말씀은 생생하게 울렸고 그는 이 말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자신이 파멸과 죽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명백하게 자각했다. 이제야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 순간, 수많은 사람을 죽인 이 마당에 멈추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절망감이 앙굴리말라를 엄습했다. 앙굴리말라는 이렇게 절규한다. “지금 멈추는 것은 너무 늦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이 나를 때리고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석가모니는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대는 단지 모든 생각을 내려놓기만 하면 된다.” 앙굴리말라는 출가했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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